[Ep.448] 연봉 평균 인상률, 3/5/10만 기억하세요 (EDGE 3기 김동현, 이드)

김동현
2026-06-09
조회수 1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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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관련 글을 예전에 한 번 쓴 적이 있다. 평가 결과를 토대로 보상 재원을 어떻게 산정하고, 그걸 각 조직에 어떻게 할당하는지 원론적인 접근 방식을 다룬 글이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사실 그 글은 이상적으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링크)

문제는 현실이다.

대표가 어느 날 HR 담당자를 불러서 말한다. 올해 평균 인상률 얼마로 가면 될 것 같아요? 그러면 HR은 어떻게든 숫자를 만들어야 한다. 재무팀에 물어봐도 총 인건비 여력이 얼마다, 라고 딱 떨어지는 답이 오는 경우는 드물다. 추가 투자 가능성도 있고, 아직 확정 안 된 변수들이 산더미다. 대표도 그걸 알면서 물어보고, HR도 그걸 알면서 고민한다. 이 숫자 하나가 괜히 무겁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잘못 잡으면 회사는 고정비 부담에 시달리고, 직원은 기대보다 낮은 숫자에 실망한다.


인상률 숫자를 정하기 전에 

왜 외부에서 답을 못 찾나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시장 데이터를 찾아보면 되지 않냐는 거다. 동종업계 평균 인상률이나 벤치마크를 구해서 거기에 맞추면 합리적이지 않냐는 논리인데, 현실은 그게 잘 안 된다. 일단 그 데이터 자체를 구하기가 어렵다. 글로벌 HR 컨설팅 업체들도 국내 스타트업 보상 정보는 제대로 못 모은다. 네이버나 카카오 수준의 대형 테크 기업은 그나마 윤곽이 잡히지만, 그 아래부터는 내부 보상 체계 자체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지 않다. 그러니 pay data를 모아봐도 의미 있는 숫자가 나오지 않는다. 설령 데이터가 있다 해도, 거기 있는 회사들도 딱히 합리적인 프로세스로 인상률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서로가 서로의 인상률을 레퍼런스 삼아 결정하려다 보니, 결국 아무도 먼저 결정을 못하고 서로 묻기만 하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구조가 된다. 그러다 어느 한 회사가 그냥 이거로 하자, 하고 숫자를 던지면 갑자기 그게 시장의 앵커 기준이 되어버린다. 합리적인 산출 근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누군가 먼저 말했기 때문에. 그 숫자를 벤치마크해봤자 의미가 없는 이유다.

그러면 우리나라 평균 임금 인상률은 어떠냐고 할 수 있는데, 이건 스타트업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물가 인상률을 기준으로 삼는 건 어떠냐는 시각도 있지만, 요즘은 대기업들도 직원 여론을 의식해서 물가 인상률을 인상 근거로 전면에 내세우는 걸 꺼린다. 물가가 오른 만큼만 올려준다는 논리가 직원 입장에선 좋게 들릴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외부 데이터에서 답을 찾으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헷갈리는 구조가 된다.

그럼 어디서 출발해야 하느냐. 나는 항상 같은 말을 한다. 3, 5, 10으로 생각해보세요.


3/5/10이 무슨 숫자인가요

3%, 5%, 10% 얘기다. 전체 직원 연봉 총합에 이 비율을 곱한 게 바로 올해 쓸 수 있는 연봉 인상 재원의 총합이라고 보면 된다. 계산 자체는 단순하다. 전 직원 연봉을 다 더한 다음 3% 곱하면 3% 인상 시나리오, 5% 곱하면 5% 인상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게 기준선이다. 예를 들어 전 직원 연봉 합계가 20억이라면 3%는 6천만 원, 5%는 1억 원이 올해 쓸 수 있는 인상 재원의 총합이 된다. 이 숫자를 손에 쥐고 나면 대화가 훨씬 구체적으로 진행된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고민할 수 있는 범위가 이 안에 다 들어온다. 그 이상은 사실상 특수한 상황이고, 그 이하는 인상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최종적으로는 재무적 관점에서 검증을 거쳐야 하고 직군별 처우 수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대표에게 처음 가져가는 숫자로는 이 세 개가 가장 실용적이다. 복잡한 계산보다 먼저 이 범위 안에서 우리 회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가늠하는 것이 순서다. 시나리오를 세 개 놓고 각각의 재원 총액을 보여주면, 대표도 추상적인 퍼센트 숫자가 아니라 실제 금액으로 판단하게 된다. 그 순간부터 대화의 질이 달라진다.


3/5/10 실전 활용 Tip

10%는 웬만하면 하지 마세요

세 숫자 중 10%는 웬만하면 선택지에서 먼저 빼두는 게 좋다. 처음 들으면 10%가 막 엄청난 숫자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연봉 5,000만 원인 직원이면 500만 원 올라가는 거잖아요, 그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 

연봉이 오르면 4대보험 사업자 부담분도 함께 오른다. 대략 11% 정도를 추가로 얹어야 하니, 회사 입장에서 체감하는 실질 부담은 10%가 아니라 거의 22% 수준이다. 직원 연봉을 100으로 보면 회사가 실제로 내는 돈은 이미 111인데, 거기서 10% 올리면 122가 된다. 숫자 하나가 꽤 멀리 간다.

더 무서운 건 이게 고정비인 데다 복리로 쌓인다는 점이다. 매출이 잘 나오든 못 나오든, 이번 달에 공휴일이 많아서 영업일이 줄든 늘든 상관없이 이 비용은 그대로 나간다. 변동비가 아니라 고정비다. 10% 인상을 올해 하고 나면 내년에는 그 높아진 기준에서 다시 인상이 시작된다. 3년만 반복하면 원래 인건비 총합의 33% 이상이 쌓인다. 처음엔 성장세가 좋아서 결정했지만, 성장이 꺾이는 순간 이 고정비는 발목을 잡는다. 

과거 토스나 하이퍼커넥트처럼 하이퍼그로스 국면에 있던 회사들, 인재 확보 자체가 사업의 핵심 변수였고 그걸 뒷받침할 재무적 체력이 증명된 곳들이 선택했던 전략이다. 참고로 손익이 좋은 뷰티 커머스 계열은 의외로 기본급 자체가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고정비 부담이 큰 기본급보다 인센티브나 별도 복지 형태로 보상을 설계하는 걸 선호하기 때문인데, 기본급 인상률만 보면 낮아 보여도 전체 보상 패키지로 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그래서 현실은 3% 아니면 5%

그래서 현실적인 선택지는 3%와 5%다. 회사 상황이 나쁘지 않다면 5%가 제일 무난하고, 좀 힘들다 싶으면 3%로 간다. 진짜 힘들다면 솔직하게 0% 동결을 선택하는 게 낫다. 어설프게 1~2% 올리는 것보다 차라리 낫다. 그 대신 꼭 붙잡아야 할 사람에게는 예외 조정으로 따로 대응하면 된다.

막상 3%와 5% 사이에서 고민이 생기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내가 보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 정도다. 올해 매출 목표를 달성했느냐가 첫 번째다. 목표를 달성했거나 초과했다면 5%가 자연스럽고, 미달이라면 3%가 맞다. 달성 여부 자체가 애매하다면 3%로 가는 게 보수적으로 안전하다. 두 번째는 내년 채용 계획이다. 인원을 늘릴 계획이 있다면 인건비 총량이 어차피 올라가는 상황인데, 거기에 기존 인원 인상률까지 5%로 가면 고정비 부담이 생각보다 빠르게 쌓인다. 채용 계획이 있다면 3%를 기준으로 잡고 나머지 여력을 신규 인력 쪽으로 돌리는 게 현실적이다. 세 번째는 지난 1~2년의 히스토리다. 작년에 이미 5% 이상 올렸다면 올해 3%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반대로 동결이나 동결에 가까운 수준이 이어졌다면 올해는 5%로 회복의 시그널을 주는 게 조직 분위기 관리 차원에서도 낫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인상률은 숫자인 동시에 메시지다. 3%와 5%의 차이가 직원 개인에게 체감되는 금액 차이는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회사가 올해 어떤 판단을 했는지를 조직 전체에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러니 숫자를 정하고 나서 그 배경을 어떻게 설명할지도 함께 준비해두는 게 좋다. 숫자만 공지하고 맥락이 없으면 3%도 5%도 불만으로 읽히는 경우가 생긴다.


평균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

3%나 5%가 적어 보일 수 있는데, 이건 평균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평균이 5%라는 건 누군가를 동결시킨 대신 누군가에게 더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재원 안에서 잘 설계하면 성과를 낸 사람에게 두 자릿수 인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평균 5%를 전 직원에게 동일하게 나눠주면 누구도 특별히 기억하지 못하는 인상이 된다. 반면 같은 5%로도 성과자에게 집중 배분하면 조직 내에 보상의 의미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물론 그러려면 평가가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평가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차등 배분을 하면 오히려 불만이 커진다. 순서가 있다는 뜻이다.

보상 설계를 얘기할 때 이직 시장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 스타트업 대성수기라고 불리던 시절엔 이직하면서 20% 연봉 점프는 흔한 일이었다.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이직하면서 동결로 옮기는 경우도 꽤 있고, 규모가 작은 회사로 갈 때는 오히려 연봉이 줄기도 한다. 잘 간다 싶어도 10% 정도가 현실적인 상단이다. 그러니 인상률 설계할 때 이직 시장 기준을 너무 높게 잡을 필요는 없다. 우리 회사 상황에 맞는 숫자를 잡는 게 훨씬 중요하다.


재원을 조금 더 유연하게 쓰는 방법

인상 재원을 전부 기본급으로만 소진할 필요는 없다. 일부는 기본급 인상으로, 나머지는 인센티브나 상여금 형태로 나눠서 쓰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평균 5% 재원이 있다면 3%는 기본급 인상으로 고정시키고, 나머지 2%는 성과 인센티브나 일시 상여로 지급하는 식이다.

인센티브나 상여금은 한 번 지출되면 끝이다. 기본급처럼 다음 해 기준선이 올라가지 않으니, 지출 규모가 커 보여도 고정비로 쌓이지 않아 회사 입장에선 부담이 훨씬 가볍다. 특히 올해 실적이 좋았지만 내년이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기본급을 공격적으로 올리는 것보다 이런 방식으로 직원에게 성과를 돌려주는 게 훨씬 안전하다. 직원 입장에서도 당장 받는 금액이 크면 체감 만족도는 비슷하게 나온다.

한 가지 더 챙길 게 있다면 타이밍이다. 기본급 인상은 보통 연초에 일괄 반영되지만, 인센티브나 상여는 반기 또는 분기 단위로 나눠서 줄 수도 있다. 상반기 실적을 보고 하반기에 지급하는 구조로 가면 회사 입장에선 현금 흐름 관리가 쉬워지고, 직원 입장에선 성과와 보상의 연결이 더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고정비의 무서움을 알면서도 구성원에게 보상을 충분히 해주고 싶을 때 꺼낼 수 있는 카드다. 둘을 적절히 섞는 것 자체가 하나의 보상 전략이 된다.


고민은 길게, 결정은 짧게

보상 설계를 처음 맡거나 대표에게 숫자를 가져가야 하는 상황에서, 재원 계산보다 먼저 이 세 숫자를 머릿속에 깔고 시작하면 훨씬 빠르게 판단이 서진다. 회사가 어떤 상태냐에 따라 3인지 5인지 선택하고, 그 안에서 배분을 어떻게 할지, 기본급과 인센티브를 어떻게 섞을지 고민하는 순서로 가면 된다.

완벽한 숫자를 찾으려고 너무 오래 고민하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못 정하는 상황이 온다. 앞서 얘기한 뫼비우스의 띠처럼 된다. 시장 데이터도 없고, 벤치마크도 믿을 게 없고, 재무도 확답을 못 주는 상황에서 HR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일은 합리적인 범위를 잡고 그 안에서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에 맥락을 붙여서 조직에 설명하는 것이다.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를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조직의 반응을 가른다.

고민을 길게 하는 건 좋다. 오히려 권장한다. 회사 상황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채용 계획도 따져보고, 작년 히스토리도 복기하고, 직원들 체감 온도도 가늠해보는 과정이 다 필요하다. 그런데 그 고민의 결과물은 결국 숫자 하나여야 한다. 3인지, 5인지. 고민은 길게 하되 결정은 짧게 내리는 것, 그게 이 일의 핵심이다.

10%는 아마 안 선택하게 될 거다. 그리고 그게 맞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3, 5, 10. 일단 이 세 개만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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