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29] 문제는 "F" 의 소통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EDGE 6기 고용일)

고용일
202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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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저주" 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당연히 상대방도 알 것이라고 착각하는 인지적 오류다. 이를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이 "탭핑 실험" 이다. 실험은 이렇다. 한 사람은 손으로 바닥이나 벽을 치면서 자기가 아는 쉬운 노래를 연주한다. 당연히 음의 높낮이는 표현이 안되고 리듬만 표현된다. 한편, 상대방은 이 리듬만을 단서로 그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 맞춰야 한다. 노래를 연주하는 사람은 "당연히 이 정도는 어떤 곡인지 알겠지?" 라는 기대를 가진다. 하지만, 실제 실험결과는 이에 못미친다. 일반적으로 손으로 연주하는 사람은 50%가 정답을 맞힐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정답률은 2~3%라고 한다. 이처럼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 "당연히 OOO은 알고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메시지를 전하는 순간 심각한 소통의 오류가 발생하게 되어 있다.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사람도 소통의 오류에 가담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 뇌는 받아 들이는 정보의 일부만을 받아들여 정보를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매번 그 많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에 우리 뇌의 필터를 통해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어지는 정보를 '삭제,왜곡, 일반화' 라는 필터를 거쳐 현실을 주관적으로 재해석 하는 것이다. 삭제는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누락하는 것, 왜곡은 자신의 방식대로 재해석 하는 것, 일반화는 기존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경험과 유사한 방식으로 상황을 해석해 버리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사람과 사람간에는 소통의 오류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법이다.  말을 하는 사람에 의해서든, 받아 들이는 사람에 의해서든 말이다. 조직의 상황에서라면 오류는 더더욱 일어날 확률이 높을 것이다. 


가까운 지인이 다니는 회사 팀장님과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 새로 합류한 지 3 개월간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던 그는 식사 자리에서도 힘든 티를 좀 냈다고 한다. 경력직으로 입사하긴 했지만 3개월이란 시간이 적응에 그리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을 정도의 업무량으로 보였다. 아무튼 그 자리에서 팀장님은 "이만하면 적응할 만도 한데..." 라고 했다고 한다. 이런 맥락을 가정하면 어떤 해석이 가능할까? 나는 당연히 '힘든 티 좀 그만내지. 너무 힘든 티를 내셨네.' 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 팀장님의 말을 "(3개월쯤 되었으면 그 바쁜 업무 일정에) 적응할 만도 한데" 라고 해석한 것이다. 반면, 그 지인은 "내가 아직도 업무를 완벽히 못해낸다고 생각하시나 보네. 빨리 적응을 해야 할텐데..." 나는 업무량과 속도에 대한 적응으로, 지인은 업무 적응의 의미를 '업무 파악' 의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둘은 아주 다른 의미다. 전자는 "난 진짜 힘든데 팀장님은 왜 내 이런 상황을 이해 못해주지?" 라는 해석으로 이어지지만, 후자는 "내 업무 성취도에 대해서 못마땅하게 생각하시는구나. 긴장하자" 의 해석으로 이어지게 된다. 긴장감을 주는 강도가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다. 


얼마 전 사내 교육 진행을 위해 사무실을 떠나 교육장에서 외부강사 강의를 참관하던 중에 타부서 직원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진행 직접하세요?" 라고.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당연히 나는 진행을 직접 하고 있었다. 내가 담당자였으니까. 하지만, 그 메시지가 "직접 강의를 하고 계세요?" 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지금은 하고 있지 않은데, 이후 순서들을 직접 진행할 것이냐고 묻는, 시점에 관한 질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터라 결국 교육장을 나와 통화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그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나는 있어야 할 자리를 이탈하여 통화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부정확한 메시지 전달로 인해 나는 고구마 100개 정도 먹은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전달하는 사람이 '지식의 저주' 에 사로 잡히면 소위 '열 받는 상황' 이 발생한다. '아니, 이것도 몰라?' , '왜 이런 걸 이해 못하지? 답답하네?' 라며 말이다. 반대로 받아 들이는 사람도 삭제, 왜곡, 일반화와 같이 '꺾어 듣는' 것이 습관이 되면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엉뚱한 방향으로 업무 처리를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게다가 상대방은 그런 의도가 아닌데 부정적인 의도로 해석하게 되면 나중에 상호간에 불필요한 서운함이 생기고, 이것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나중에 큰 갈등의 소지가 된다. 정확하게 전달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조직 내 갈등을 막는 중요한 포인트인 것이다. 


감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이성의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뇌다. 그러므로, 감성적인 소통, MBTI 에서 "F" 스러운 소통을 할 줄 아느냐 마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F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T" 스러운 정확한 소통의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T 의 소통, 즉 사실관계를 명확히 따지는 소통이 충분하지 않으면 그것이 결국 감정적 갈등의 소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일순간 냉정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T 스러운 소통이 잘 이뤄져야 나중에 감정적으로 서운할 일이 발생할 경우도 줄어든다는 말이다. 우리 조직을 한 번 생각해 보자. 부정확한 의미의 전달과 해석으로 인해 갈등이 생기고, 이것이 팀워크의 저하, 생산성의 저하로 이어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지 않은지 말이다. 그리고, "나 기침한다" 라고 할 때, "괜찮아?" 대신 "기침이야? 아니면 재채기야?" 라고 묻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by 흡수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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