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74] 저는 '9-Box Grid' 대신, 이렇게 우리 회사 인재들을 분석하고 관리합니다 (EDGE 7기 한준희)

한준희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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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인사담당자의 에피소드.3]


  현재 재직중인 회사로 이직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간에 우연히 임원분들과 티타임 자리를 가지면서 이런 질문을 받았었다.


"우리 회사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증가하면서 인원이 증가하고 있는 건 이해하겠는데..., 

인사담당자로서 정말 그 모든 인원들이 회사에 필요한 사람들이고,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성장하고 있는 인원들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그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없었고,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른 후 "당연하죠. 그러니까 직원들 분위기도 좋고 실적이 좋은 겁니다."라는 말 밖에 하지 못했다. 그 말을 들은 다른 임원분께서 이렇게 말을 이어 나가셨다. 


"인사팀은 부서 요청이 있거나 대표이사가 지시한다고 해서 무조건 다 승인해주면 안 돼요. 

적절히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연말 성과평가 결과를 가지고 인사팀에서 인력구조조정을 추진해봐요."


  티타임은 그 말을 끝으로 자연스레 마무리되었고, 나는 자리로 돌아오면서 머릿속에 수 많은 생각들로 휩싸였다. 임원들이 하신 말씀이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무조건적으로 선뜻 동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성과가 미흡한 직원이 정말 우리 회사에 불필요한 존재인지 아니면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원인지 판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인력구조조정에 앞서 현재성과(performance)와 미래의 잠재력(potential)을 기준으로 인재를 평가하는 '9-box Grid'을 사용하지 않고, 현실에서 쉽게 보이고 판단할 수 있는 두 가지 조건을 이용하여 단순하지만 우리 회사에 적합한 기준을 만들어서 적용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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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유형별 직원들과 면담을 진행하면서 그들의 특성을 파악했다. 그 내용들은 임원분들에게도 공유되면서 임원분들은 자연스럽게 현재의 성과 달성뿐만 아니라 회사의 미래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시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부서장들은 인사팀에서 전달받은 내용을 통해 부서원들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평가 및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각 유형별 관리 방법을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 유형1. 일도 잘하고, 머리도 좋은 직원

가장 이상적인 유형의 직원이다. 판단력과 실행력을 모두 갖췄으니 관리자로서 회사의 핵심 프로젝트를 맡기고,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큰 권한을 위임하면 된다. 다만 유형1은 관리적인 측면에서 역설적인 고민이 반드시 동반된다. 쉽게 말해 유형1은 낭중지추(囊中之錐)이기 때문에  경쟁사에서도 항상 주목하고 있으며, 헤드헌터에게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직원이다. 즉, 지금의 연봉이나 처우보다 조금만 더 좋은 조건을 제시 받아도 쉽게 흔들릴 수 있는 유형이라, 회사에 장기 근속할 수 있도록 붙잡는 것 자체가 관리의 핵심 과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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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형2. 일은 잘하는데, 머리는 나쁜 직원

겉으로 보면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 직원이다. 유형2는 회사 성장기에는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안정기에 들어가게 되면서 빛을 발하는 직원이다. 예를 들어,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체계화된 시스템이 갖춰졌다면 업무 처리를 빠르고 꼼꼼하게 해낸다. 그런데 성장기에 있는 회사의 관리자 입장에서는 가장 조심해야 할 유형이기도 하다. 신중한 고민과 판단이 필요한 순간에도 본인이 가진 지식만으로 일단 밀어붙이고 보는 경향이 있어서, 문제가 붉어졌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고 오히려 가장 크고 빠르게 문제를 키운다. 예를 들어 고객 응대 매뉴얼에 없는 예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잠시 판단을 멈추고 물어보는 대신 '원래 해오던 방식'을 그대로 밀어붙이다가 결국 문제를 키우는 식이다. 따라서 관리자는 유형2의 직원에게 '무엇을, 어떻게'까지 명확하게 정해진 업무를 맡겨야 하고, 결정권과 방향을 스스로 정하게 하는 재량은 최소화하는 게 안전하다.


▷ 유형3. 일은 못하는데, 머리는 좋은 직원

회사에서 가장 저평가 받는 유형의 직원이다. 유형3은 사업 아이디어도 풍부하고 회의시간에 업무 지시 의도를 빠르게 파악하거나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실행력이 부족한 탓에 항상 다른 직원들에게 치이는 경우가 많고, 성과 평가 시즌에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적어서 평가 시기마다 마땅히 내세울 게 없어 곤란해지는 쪽은 대개 이 유형의 직원이다. 관리자는 유형3의 직원에게는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상시적으로 주고, 아이디어를 충분히 생각할 시간은 주지만 그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좋다. 때로는 유형3의 직원은 단순 반복적인 업무 보다는, 오랜 고민이 필요한 전략수립 또는 사업기획 등과 같이 참신한 기획력이 요구되는 직무로 변경해주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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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형4. 일도 못하고, 머리도 나쁜 직원

이론적으로 회사에서 존재해서는 안되고, 가장 먼저 구조조정 대상으로 떠오르는 유형의 직원이다. 이런 유형은 직원을 채용하고 싶은 인사담당자가 어디 있겠냐만은, 오랜 경험상 유형4는 어느 조직에서나 쉽게 발견된다. 성장기에 있는 회사 보다는 안정기 또는 침체기에 들어간 회사에서 자주 보이며, 심한 경우 전체 직원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곤 한다. 하지만 유형4는 업무적으로만 봤을 때 전혀 위험하지 않다. 왜냐하면 유형4는 정해진 루틴이나 매뉴얼화된 업무는 명확하게 수행하며, 해당 업무에 있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다만, 아이디어가 부족하여 일을 어렵게 한다는 평가를 종종 받는다. 유형4의 직원은 관리적인 측면에서 부서 직무 중 단순 반복적인 자리에 배치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나는 지금 이런식으로 우리 회사 직원들을 유형별로 분류해보고 관리하고 있다. 그럼 이 글을 읽고 계신분들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회사에서 인력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또는 경영 악화로 인해 누군가를 해고해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유형을 먼저 선택할 것인가?"


  나는 이 질문을 받는 다면, 내 기준에 1순위는 유형2다. 왜냐하면 인사담당자라면 인력구조조정 또는 경영 악화 즉, 침체된 회사 분위기와 남아있는 직원들과의 관계도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에서 추가적인 문제를 야기시키거나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사람부터 먼저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실질적으로 회사에 가장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유형2가 1순위이다. 그렇다면 이런 반문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유형4가 1순위가 아니냐?"


  내 생각을 요약하면 이렇다. 유형4는 회사에서 그저 큰 역할을 못 할 뿐 사고는 치지 않는 직원이다. 인력 구조조정이 발생하면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본인이 수행하던 직무 외 구조조정 당한 인력의 직무가 추가로 배정되는데, 유형4가 있어야 다른 직원들이 기피하는 업무를 부담 없이 맡길 수 있다. 또한, 경영 악화의 상황에 있는 회사라면 지금 이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 보다는 현재 상황을 안정적으로 정리하고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유형4는 1순위 대상자가 아닌 것 같다. 여기에 덧붙여, 오랜 경험 상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유형2는 문제를 축소시키기 보다는 판단 없이 실행력만 앞세우다 문제를 키울 확률이 훨씬 크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유형2는 추가 직무가 할당되었을 때 기존에 루틴화된 업무에서 벗어난 상황을 못 견뎌 할 것이고, 이로 인해 남아있는 직원들과 추가적인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확률이 가장 크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럼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 나는 이런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우리 회사에 끝까지 잡아두어야 할 유형은 누구인가요?


  아마 이 질문에서 많은 사람들이 유형1을 선택하실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도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유형3 같은 직원이야 말로 회사에 숨어있는 인재 또는 차기 리더로 성장 시켜야 하는 인재라고 생각한다. 유형3은 손은 빠르지 않지만 명확한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무보다는 기획이나 자문처럼 '판단'이 중심이 되는 역할로 옮겨줄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회사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빛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라고 나는 판단된다. 

  물론, 유형1을 회사에 오래 남겨둘 수 있다면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그들은 언제든 경쟁사의 영입 대상이 될 수 있다. 즉, 언제든 이탈할 수 있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직원에게 회사의 핵심 직무나 리더를 전적으로 맡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내가 설명한 이 기준을 현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조건 속 인사 결정 상황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떻게 사람이 가진 지식과 능력을 두 기준으로 단순화해서 설명할 수 있을까? 또한 드러나지 않는 잠재력을 어떻게 현재의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이 숙제는 인사담당자라면 풀고 싶지만 풀 수 없는 난제 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인사담당자라면 직원들의 현재 성과에만 현혹되면 안된다는 것이며, 더불어 직원이 가진 지식과 능력과 잠재력까지 고려해서 적재적소에 적합한 인재가 배치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회사에 중요한 사람, 필요한 사람은 단순히 현재의 성과표 상단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아직 드러나지 않은 판단력과 잠재력을 가진 사람도 포함된다. 그 사람을 알아보고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이야말로 인사담당자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즉, 정량화된 수치로 직원들을 한 줄로 세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 줄 뒤에 가려진 사람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인사담당자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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