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71] 무례함의 비용 (EDGE 7기 이규원)

이규원
2026-09-29
조회수 185

얼마 전, 직원 면담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타부서에 요청하면 상대가 지나치게 방어적이고 때로는 무례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한 번은 사내 담당자가 누군지 알려주자 "그냥 제가 알아서 해야겠네요." 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담당자에게 물어봐야 불편한 반응만 돌아오니, 시간이 들더라도 혼자 해결하겠다는 뜻이었습니다. 

무례함이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빼앗고 협업을 포기하게 만든 모습이었습니다.



무례함은 생각보다 흔하고, 비싸다


『무례함의 비용』의 저자인 조지타운대 크리스틴 포래스(Christine Porath) 교수는 크리스틴 피어슨 교수와 함께 14년 넘게 직장 내 무례함을 연구했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직장인의 98%가 무례한 행동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무례한 대우를 받는다는 응답은 1998년 4명 중 1명에서 2011년 절반으로 늘었습니다.


두 교수가 17개 업종의 관리자와 직원 800명을 조사한 결과, 무례한 대우를 받은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했습니다.

  • 80%는 그 일을 곱씹느라 업무 시간을 잃었습니다.
  • 63%는 무례한 사람을 피하느라 시간을 썼습니다.
  • 48%는 의도적으로 업무에 들이는 노력을 줄였습니다.
  • 38%는 의도적으로 업무의 질을 낮췄습니다.
  • 66%는 성과가 떨어졌다고 답했습니다.
  • 78%는 조직에 대한 몰입도가 낮아졌다고 답했습니다.
  • 25%는 그 불만을 고객에게 풀었다고 인정했습니다.
  • 12%는 결국 회사를 떠났습니다.

피해는 당사자에게서 끝나지 않습니다. 

실험에서 무례한 장면을 지켜보기만 한 사람도 과제 수행 성과가 약 20% 떨어졌고, 아이디어는 30% 가까이 적게 냈으며,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의지도 크게 줄었습니다. 


이 연구가 발표된 뒤 시스코(Cisco)는 결과를 자사에 적용해, 무례함으로 인한 손실을 보수적으로 잡아도 연간 1,200만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습니다. 무례한 리더에게 복수하려고 일부러 일을 덜 하거나 정보를 숨기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무례함은 개인의 성격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직 전체가 비용을 치르는 문제입니다.



무례한 사람은 자신이 무례한지 모른다


무례함이 조직의 생산성과 문화를 해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압니다. 

문제는 무례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무례하다는 것을 모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포래스 교수는 리더에게 먼저 자신의 행동을 점검하고 주변에 피드백을 요청하라고 권합니다. 저서에서도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방법으로 360도 피드백을 제시합니다. 일부 기업이 다면평가로 본인이 모르는 모습을 알려주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요즘은 사내 소통의 중심이 메일과 메신저로 옮겨왔습니다. 

연구자들은 온라인 무례함을 두 가지로 나눕니다. 하나는 비하하거나 공격적인 말을 하는 '적극적 무례함'입니다. 


다른 하나는 메시지를 무시하거나 답을 미루거나, 답장은 했지만 정작 질문에는 답하지 않는 '소극적 무례함'입니다. 

눈여겨볼 점은 드러나지 않는 소극적 무례함이 오히려 상대의 웰빙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오전에 메일을 무시당한 직원이 부정적 감정을 거쳐 오후에 업무와 무관한 인터넷 사용이 늘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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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점검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최근 주고받은 메일이나 메신저를 열어 세 가지를 확인해 보세요.


① 첫 인사와 간단한 소개를 적었는가. 처음 연락하는 상대라면 내가 누구이고 왜 연락했는지부터 밝히는 것이 기본입니다.
② 너무 짧게 답하지 않았는가. "네", "확인" 한 마디는 보내는 사람에게는 효율이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거절이나 짜증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③ 답을 하지 않거나 늦게 하지 않았는가. 상대가 내 답을 기다려야 일을 진행할 수 있는데 침묵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무례함이 됩니다.



"예의 바르면 호구 된다"는 착각


주변에는 "예의 바르면 호구 된다"는 생각으로 정중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요청은 쳐내고 내 일만 잘 처리하면 유능하다고 인정받을 것이라 믿는 것입니다. 


포래스 교수가 무례하게 행동한 이유를 물었을 때도, 절반 이상은 업무 과부하를, 40% 이상은 친절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꼽았습니다. 거의 절반은 힘을 과시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반대를 가리킵니다. 한 바이오 기업 연구개발 부서를 분석한 결과, 동료들이 정중하다고 느낀 사람은 업무 조언을 구하는 상대가 되는 경우가 많았고 리더로 인식될 가능성이 두 배 높았습니다. 이들은 상사의 연간 성과평가에서도 13% 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반대로 미국 CCL(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의 경영진 연구에서 커리어 탈선 요인 1순위로 꼽힌 것은 타인에 대한 둔감함, 그리고 거칠고 위압적인 태도였습니다. 결국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일하기를 꺼리고 아무도 따르지 않는다면, 주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고 평판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중함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감사 인사를 하고,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겸손하게 질문하고, 공을 나누는 작은 행동들이 쌓여 신뢰가 됩니다. 여러분이 정중한 사람이라면 사람들은 여러분과 함께 일하는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필요할 때 기꺼이 도울 것입니다.



조직이 정중함을 지지하는 방법


정중함은 개인의 선의에만 맡겨 두면 오래가지 못합니다. 정중한 문화를 만들려면 조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조직의 문화에 맞는 사람을 채용하고, 정중함을 장려하는 원칙을 세우고, 정중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인정하고,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에게는 피드백을 주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조직이 이를 제도로 만들고 있습니다. 

동료의 배려와 도움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인정 제도를 운영하기도 하고, 협업하기 좋은 부서를 정기적으로 조사해 공유하기도 합니다. 성과 평가에 다면평가를 반영해, 결과만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방식도 평가받게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장치는 정중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고 오히려 존중받는다는 신호를 조직 전체에 보냅니다.


제도가 없더라도 시작은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보낼 메일 한 통에 인사 한 줄을 더하고, 미뤄 둔 답장을 먼저 보내는 것부터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에 정중한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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