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67] 우리 조직에 꼭맞는 100점짜리 HR 제도는 없다. (EDGE 7기 조동민)

조동민
2026-09-16
조회수 403


군 조직, 공기업, 그리고 비영리기관까지.

돌아보면 제 커리어의 궤적은 늘 '공공(Public)'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었습니다.


규정과 절차가 무엇보다 엄격한 군대,

공공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공기업,

그리고 미션과 현실적 자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비영리기관까지.

다양한 현장을 거치며 HR 제도를 운영/개선해 왔습니다.


주니어 시절에는 늘 정답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국내외 선도 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벤치마킹하고, 정교한 평가 척도와 촘촘한 보상 체계를 설계하면

모든 구성원이 고개를 끄덕이는 '완벽한 제도'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공공 조직의 기저에는 오랜 경직성과 수동성이 깔려 있었습니다.

잦은 순환보직 구조 안에서 구성원들은 전문성을 갈고닦기보다 2~3년 버틸 최소한의 역량만 채우며 다음 자리를 기다렸습니다.

이런 이들에게 내재적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가장 넘기 힘들었던 것은 견고한 관례, 바로 ‘순환식 평가(성과 돌려먹기)’였습니다.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정량평가 비율을 대폭 늘리고, 캘리브레이션(조정) 절차를 촘촘히 엮어 넣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도가 바뀌어도 평가 권한을 쥔 리더들은 여전히 나이와 연공서열을 앞세워 점수를 나눠 가졌습니다.

제도 변경이 평가자의 인식 변화를 이끌고, 이것이 다시 공정한 평가와 피평가자의 동기부여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는 현실의 벽 앞에서 번번이 끊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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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행착오를 거치고, HR 커뮤니티의 수많은 동료들과 치열하게 고민을 나눈 끝에 얻은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세상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100점짜리 HR 제도는 없습니다.


성과·보상 제도든 조직문화든, 그 어떤 영역에서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제도는 본질적으로 '선택'과 '트레이드오프(Trade-off)'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 공정성 vs 유연성: 절차적 공정성을 위해 평가 지표를 표준화하고 정량화하면, 급변하는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유연성이 떨어집니다. 반대로 유연성을 열어두면 '평가자의 주관적 잣대'라는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 보상 차등 vs 조직 협업: 개인별 차등 폭을 넓히면 단기 몰입은 끌어올릴 수 있지만, 부서 간 사일로와 제로섬 게임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협업을 위해 격차를 줄이면 묵묵히 기여한 고성과자의 무력감을 낳습니다.

  • 안정성 vs 혁신: 고용과 체계의 안정성은 심리적 안전감을 주지만, 자칫 변화에 둔감한 보신주의로 흐르기 쉽습니다.

제가 공공 현장에서 맞닥뜨렸던 ‘성과 돌려먹기’ 역시 조직 내 마찰을 줄이고 고용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다,

결과적으로 공정성과 혁신 동력을 포기해 버린 전형적인 트레이드오프의 단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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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가치를 10점 올리려면 필연적으로 다른 가치에서 10점을 양보해야 합니다.

결국 어떤 제도를 도입하든 70~80점의 만족도 뒤편에는 언제나 아쉬움을 삼키거나 불만을 품는 20~30점의 영역이 남게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HR 담당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완벽한 제도가 없다는 말이 '어차피 안 되니 적당히 설계하자'는 체념을 뜻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100점이라는 환상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HR의 진짜 역할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제 사례를 소개하면서 그 단계를 살펴보겠습니다.


1. 제도의 설계보다 '맥락의 설득'에 집중하기

제도 자체의 완성도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왜 지금 이 방식을 택했고,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기 위해 어떤 가치를 양보했는가"를 구성원에게 솔직하게 공유하는 일입니다.

포기한 지점과 제도의 한계를 인정하고 양해를 구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구성원의 수용성이 만들어집니다.


<평가제도 개선 사례>

① 사전에 팀장/경영진에게 내가 왜 이렇게 바꾸려고 하는지 설명하기

     → 바꿨을 때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언급하고 장점으로 인한 효과가 더 큼을 강조

② 직원들에게 제도를 설명하며, 보다 합리적이고 직원들에게 동기부여 측면에서 더 도움이 됨을 설득하기

     → 보여주기가 아닌 실질적인 MBO 작성방법 교육, 작성 후 목표수립의 적정성 판단하여 피드백.

③ 바꾼 제도를 적용함에 있어 적용 이후에도 계속해서 설명/피드백하기

     → 중간 성과계획 변경기간, 제도 변경을 위한 규정개정 시에 반복해서 설명


2. 100점을 채우는 것은 시스템이 아닌 '운영과 대화'

제도는 기껏해야 70점짜리 그릇일 뿐입니다.

나머지 30점은 평가 시즌의 진솔한 면담, 리더의 상시 피드백,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빈틈을 메워가는 '운영의 디테일'이 채웁니다.

제도를 뜯어고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기보다, 제도를 운영하는 리더들의 대화 방식을 바꾸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합니다.


<평가제도 개선 사례>

 ① 우리에게는 'AI'라는 훌륭한 비서가 생겼기에, 이 친구에게 툴을 만들어달라고 해봤습니다.

    기존) 문서로 작성  → 개선) 프로그램으로 개인 실적 작성 후 개인이 제출하면 평가자가 피드백 / 결과 제출

 ② 이 과정에서 평가자(리더)들에게 평가에 그치는 것이 아닌 왜 이렇게 평가했고,

      그 평가를 메꾸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피드백 제공을 의무화 하였음. 


3. 조직의 '지금'에 맞는 최적점 찾기

영원한 정답인 제도는 없지만, '지금 우리 조직의 성장 단계와 과제에 적합한 제도'는 분명 존재합니다.

공공 조직의 안정기인지, 혁신 드라이브 시기인지, 혹은 대외적 위기 상황인지에 따라 균형의 추는 매번 달라져야 합니다.


<평가제도 개선 사례>

이렇게 하고 나니, 기존 평가제도 만족도

30% → 70%라는 수치 달성 (100% 만족은 없기에, 1차 만족하고 추후 더 개선해보기)



우리는 종종 '모두를 만족시키는 제도'라는 불가능한 신기루를 쫓느라 지치곤 합니다.


이제는 100점짜리 제도라는 강박을 내려놓았으면 합니다.

대신 우리 조직이 현재 처한 상황에서 '가장 덜 나쁜 선택'이자 '가장 효과적인 균형점'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HR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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