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53] HR도 정기점검이 필요하다 (w 삼성전자 반도체 성과급 이슈) (EDGE 3기 김동현)

김동현
2026-07-09
조회수 262


image.png


자동차는 정비를 안 하면 결국 폐차한다, HR도 마찬가지다

최근 삼성전자가 파업으로 시끄러웠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영업이익이 치솟았는데, SK하이닉스에 비해 성과급이 밀리면서 결국 터진 일이다. 이 이슈를 두고 여론이나 사회적 시선으로 접근하는 글은 이미 많으니, 나는 순전히 HR 입장에서 이 사태를 뜯어보고 싶다.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는지를 가리자는 게 아니라, 왜 하필 지금 이런 방식으로 터졌는지를 구조적으로 보고 싶은 거다.

회사가 크고 비즈니스 환경이 바뀌면, 그 안의 HR도 같이 바뀌어야 한다. 이건 당위가 아니라 그냥 물리 법칙 같은 거다. 자동차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운데, 어느 정도 타다 보면 정기점검이든 수시점검이든 낡은 부품은 갈아줘야 하고 오일도 교체해야 한다. 근데 이걸 미루고 미루다 보면 어느 순간 제일 비싸고 중요한 엔진까지 갈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 그리고 그마저도 놓치면 결국 폐차다. 문제는 정비를 미룬다고 당장 티가 나지 않는다는 거다. 차는 여전히 잘 굴러가고, 겉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어 보인다. 근데 어느 순간 시동이 걸리다가 안 걸리는 순간이 오고, 그때는 이미 손쓸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뒤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사태도, 나는 이 정비를 오래 미룬 결과라고 본다.


낡은 부품들, 하나씩 뜯어보면

이 사태에 얽힌 요인은 여러 개가 겹쳐 있는데, 크게 보면 조직 구조의 문제와 사람들의 심리 문제로 나눠볼 수 있다.


① 공채라는 이름의 복권

공채 중심 문화부터 짚어야 한다. 사실 예전에 휴대폰 사업부가 잘나갈 때, 반도체 쪽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덜 받아도 크게 티를 내지는 않았다. 근데 이번엔 반도체가 워낙 압도적으로 잘 벌었으니 참기가 어려웠던 거다. 입사할 때는 다들 비슷하게 똑똑했는데, 어느 사업부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몇 년 뒤 받는 성과급이 갈린다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 직무 기반으로 뽑아서 배치하는 구조가 아니라 일단 다 뽑아놓고 사업부에 나눠 넣는 방식이다 보니, 결국 운으로 성과급이 갈리는 셈이 되어버린다. 열심히 한 것과 잘 배치된 것을 구분하기 어려운 구조에서는, 억울함이 쌓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배치라는 게 보통 입사 초기, 그러니까 본인이 그 사업부의 미래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시점에 정해진다는 게 더 아이러니하다. 신입 때는 어디가 뜰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몇 년 뒤 누군가는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입고, 누군가는 침체기의 사업부에 남아 있게 되는 건데, 이 격차를 순전히 개인의 역량 차이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결국 조직 전체가 공채라는 하나의 틀 안에서 성장했다고 믿었는데, 성과급 지급 시점에는 갑자기 사업부 단위로 쪼개져서 계산되니 그 괴리감이 크다.


② 성과급 재원이라는 블랙박스

두 번째는 성과급 재원 산정 방식이다. 서구식 회사들은 대부분 이사회 중심으로 돌아간다. 경영성과가 나오면 그중 얼마를 재투자하고 얼마를 보상 재원으로 쓸지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구조다 보니, 그 기준과 근거가 명확하게 남는다. 근데 한국 회사들은 사실 그럴 필요가 별로 없다. 이익잉여금으로 남기든 재투자를 하든, 굳이 누군가에게 승인받거나 설득할 대상이 없다 보니 왜 이만큼을 잡았는지 설명하는 과정 자체가 생략된다. 100억을 벌었는데 이익잉여금으로 50억을 남기기로 했다면, 사실 그게 50억이어야 할 이유도 10억이어야 할 이유도 딱히 없다. 

예전에 SK그룹에서 이익잉여금 중 일정 퍼센트를 성과급 재원으로 공식화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도, 결국 이 블랙박스를 조금이라도 걷어내려는 시도였다고 본다. 근데 그 앞단에서 이익잉여금 자체가 어떻게 산출되는지는 여전히 안 보인다. 나는 이게 진짜 예측가능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재원의 몇 퍼센트를 성과급으로 쓸지는 공식화할 수 있어도, 그 재원의 크기 자체를 결정하는 앞단의 논리는 여전히 오너의 판단 영역에 머물러 있는 거다. 

결국 구성원 입장에서 보면 뒷단의 배분 공식만 투명해졌을 뿐, 정작 가장 궁금한 앞단의 셈법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는 셈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배분 비율이 합리적이어도, 그 비율이 곱해지는 대상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


③ 정보가 다 열린 시대에 여전히 닫힌 보상

세 번째는 정보 비대칭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예측가능성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정보에 접근할 방법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DART 같은 공시 시스템이 있었어도 실제로 들여다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근데 지금은 다르다.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정보가 사실상 다 오픈됐다는 전제 위에서 회사는 보상체계를 짜야 하는 시대가 됐다. 원래 보상이라는 게 구성원을 일일이 설득해야 하는 영역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설득이 안 되면 퇴사를 하거나 지금처럼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회사가 얼마나 명확하고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는데, 나는 이게 AI와 IT 기술 발달로 더 부각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보는 이미 다 열렸는데 설명은 여전히 닫혀 있는 상태, 그 격차가 갈등의 온상이 된다. 

예전 같으면 옆 사업부, 옆 회사 성과급이 얼마인지 알기 어려웠으니 각자 자기 회사 안에서만 비교하고 넘어갔다. 근데 지금은 실시간으로 다른 회사와 비교되고, 심지어 같은 회사 안에서도 사업부별 숫자가 순식간에 공유된다. 이런 환경에서 회사가 예전처럼 정보를 통제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보상 커뮤니케이션을 설계하면, 그 순간 이미 늦은 대응이 되어버린다.


④ 통상임금을 피하려다 만든 복잡한 구조가 부메랑으로

네 번째는 통상임금을 최소화하려고 쌓아온 복잡한 보상 구조다. 예전 대기업들은 통상임금을 낮추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썼다. 연봉을 13으로 쪼개서 변칙적으로 지급하기도 하고, 고정연장수당을 기본값처럼 깔아두고, 기본급은 최소화하면서 PS나 PI 같은 성과급 비중을 키우는 식이었다. 문제는 시대가 바뀌면서 이 성과급 비중이 너무 커지자 오히려 그게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는 거다. 기본급을 적게 주려고 짜놓은 구조가, 이제 와서는 거꾸로 독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개인적으로도 토스나 야놀자 시절, 처우 협의가 제일 난감했던 상대가 삼성전자 출신 후보자였다. 보통은 성과급을 뺀 기본급을 기준으로 처우를 협의하는데, 삼성전자는 토탈 보상은 굉장히 높은데 베이스는 낮으니 대체 뭘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매번 애매했다. 사업부 운, 그해 실적 운이 섞인 숫자를 그대로 다 인정해주기도 어려운 노릇이었다. 

이런 구조는 채용 시장에서도 문제지만, 회사 안에서도 마찬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성과급이 크게 흔들리는 해에는 총 보상이 요동치는데, 정작 근로자들은 기본급 중심으로 삶을 설계하다 보니 그 변동성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쪽은 결국 근로자다. 회사는 통상임금 부담을 줄였다고 좋아했지만, 그 대가로 보상 전체의 예측가능성을 근로자에게 떠넘긴 셈이 됐고, 지금 와서 그 청구서가 도착한 거라고 본다.


⑤ 인건비는 원래 보수적으로 짜는 것

다섯 번째는 인건비 관점이다. 보통 비즈니스 구조를 짤 때는 고정비와 변동비 영역을 나누고 그 안에서 인건비 예산을 잡는다. 가능하면 구조를 단순하게 만들고, 인건비 최적화가 되는 선에서 정원(TO)을 정해 운영한다. 그러다 영업이익이 정말 잘 나오면 그 비용 구조 안에서 인건비 쪽에 성과급을 조금 더 얹어주는 식이다. 

근데 한국은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있고 근로기준법상 한 번 뽑으면 해고가 어렵고, 이직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그러다 보니 인건비를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관리하기가 어렵다. 이 말은 곧, 회사 입장에서는 성과급 재원 자체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잘 벌었다고 화끈하게 다 풀었다가, 다음 해에 업황이 꺾이면 그 성과급을 되돌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보수적인 재원 산정은 게으름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구조에서 나오는 합리적 방어인 셈이다. 

서구 기업들은 필요하면 인력을 줄이고 늘리는 식으로 고정비 자체를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한국은 그 조절판이 사실상 인건비 총액 안에서의 배분, 그중에서도 성과급이라는 변동 항목에 몰려 있다. 그러니 회사 입장에서는 성과급을 넉넉하게 풀었다가 다음 사이클에 못 지키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보수적으로 잡아놓고 서서히 늘리는 쪽을 택하게 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이 방어적인 태도가 인색함으로 읽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한 번 풀면 되돌릴 수 없는 구조 안에서의 나름 합리적인 선택인 셈이다.


⑥ 대기업이라는 이름 안에 너무 다른 산업들이 섞여 있다

여섯 번째는 산업별 보상 구조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게 대기업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한국의 대기업 구조 자체가 특정 산업에 집중되어 있지 않다는 데서 나오는 문제라고 본다. 계열사가 워낙 여러 산업에 걸쳐 있다 보니, 각 산업 특성에 맞는 보상 전략을 따로 고민하기보다는 그룹 전체가 비슷한 틀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근데 사실 산업마다 성과와 보상이 연결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세일즈가 핵심인 산업이라면 성과급 비중이 높아지는 게 자연스럽고, 제약이나 바이오처럼 장기 투자가 생명인 산업이라면 오히려 기본급을 안정적으로 주고 장기 리텐션 보상으로 설계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다. 각자 다른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대기업과 중견, 중소라는 규모 기준으로만 구조를 나누다 보니 전혀 다른 산업인데도 삼성전자가 어떻게 하는지가 그냥 벤치마킹 자료가 되어버린다. 

이런 고민이 없던 상태에서, 이제야 조금씩 산업별로 개별화되는 과정에 들어선 거라고 본다. 반도체처럼 사이클이 뚜렷한 산업은 사실 사이클에 맞춰 보상도 유연하게 출렁이는 게 자연스러운데, 그룹 전체의 보상 체계가 워낙 획일적이다 보니 반도체만 따로 다른 룰을 적용하기가 정치적으로도 부담스럽다. 결국 사업부 특성은 특성대로 무시되고, 그룹 공통의 틀 안에서 어떻게든 끼워 맞추다 보니 지금 같은 부조화가 생기는 거라고 본다.


⑦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지금 챙기지 않으면 못 챙긴다는 감각

일곱 번째는 근로자와 회사 양쪽의 심리, 그리고 지금 한국 사회가 놓인 시대상황이다. 이건 구조나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구조 위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반응하느냐의 문제다. 예전에는 평생직장이라는 암묵적 계약이 있었다.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좀 참아주면, 언젠가 회사가 그만큼 챙겨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거다. 근데 지금은 그런 믿음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고, 이직이 예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됐다. 회사와 개인의 관계가 장기적 신뢰 관계라기보다는, 그때그때 조건을 맞춰가는 계약 관계에 가까워진 거다.

여기에 집값을 비롯한 자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근로소득만으로는 삶의 격차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감각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 벌 수 있을 때 최대한 벌어야 한다는 심리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건 근로자를 탓할 일이 아니라, 지금 시대가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생존 전략에 가깝다. 

회사가 장기적으로 알아서 챙겨줄 거라는 믿음이 약해진 상태에서, 눈앞에 슈퍼사이클로 인한 이익이 보이는데 그걸 다음 기회로 미루자는 논리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결국 회사의 장기적 의사결정을 신뢰하지 않는 근로자와, 그 신뢰를 다시 쌓을 시간도 방법도 마땅치 않은 회사가 만나면서, 지금 당장 최대한 확보하려는 쪽으로 힘이 쏠리는 거라고 본다. 이 심리 자체는 개별 회사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채 예전 방식의 설득으로 접근하면 통할 리가 없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원인을 다 짚어놓고 나면, 결국 남는 건 방향의 문제다. 회사가 이 낡은 부품들을 어떻게 다시 정비할 것인가, 그리고 그 정비를 누가 미리 준비했어야 하는가.


변화는 회사만 하는 게 아니라 근로자와 합의되어야 한다

회사가 아무리 방향을 잘 잡아도, 그 변화는 결국 근로자들과 같이 합의되어야 진행이 된다. 문제는 이 논의가 하필 경기가 좋을 때가 아니라 어려운 국면에서 나왔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논의가 시작되니 근로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고, 회사도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다 보니 합의 자체가 어렵고 다소 급진적인 방향으로 흐르기 쉽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억울한 사람이 아예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게 아니라 억울하지 않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내가 겪었던 회사들 중에서도, 조정기에 들어서면 그 전 성장기에 비해 보상을 제한적으로 줄 수밖에 없는 시기가 온다. 그러면 당연히 구성원들은 반발한다. 근데 그때 얼마나 명확하고 투명하게 소통했느냐, 그리고 같은 조정 국면 안에서도 누구는 덜 깎이고 누구는 더 깎이는 이유가 납득이 되느냐가 관건이다. 이게 잘 설명되면 구성원들은 동의는 하지 않아도 이해는 한다. 동의와 이해는 다른 거다. 회사가 노려야 할 최소한의 지점은 사실 이 이해의 영역이라고 본다.


그래서 HRBP는 무엇을 했어야 했나

이 모든 흐름을 미리 감지하고 조율했어야 할 사람은 누구였을까. 나는 그게 HRBP의 몫이었다고 생각한다. HRBP의 역할은 단순히 비즈니스를 잘 알고 현업과 소통을 잘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비즈니스를 안다는 건 그 비즈니스의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예측해서 대응한다는 의미까지 포함해야 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하루아침에 온 게 아니다. 업황 지표나 투자 사이클을 보면 어느 정도 예견 가능한 흐름이었다. 그렇다면 HRBP 입장에서는 그 변화가 본격화되기 전에, 성과급 격차가 얼마나 벌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게 조직 내에서 어떤 정서적 파장을 만들지 미리 시뮬레이션하고 대응했어야 한다고 본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소식이 터지고 나서야 반응하는 게 아니라, 그 전에 근로자들과 미리 소통하고 기대치를 조율해가는 과정이 있었어야 한다는 거다.

물론 내부 구조 자체를 바꾸는 건 경영진의 의사결정 영역이라 HR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미리 판을 깔고 조율해가는 움직임, 그러니까 변화가 닥쳤을 때 근로자들이 최소한 "예상은 했었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은 HR의 몫이었다고 생각한다. 사후에 진화하듯 대응하는 커뮤니케이션보다, 사전에 시나리오를 공유하고 기대치를 낮추거나 조율해두는 작업이 있었다면, 이번처럼 한꺼번에 터지는 방식은 아니었을 거다. 결국 HRBP가 존재하는 이유 자체가 이런 사전 대응을 위해서라고 본다면, 이번 사태는 그 기능이 제때 작동하지 못한 사례로도 읽을 수 있다.



결국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에코시스템의 문제다

정리해보면, 이번 사태는 어느 하나의 잘못이라기보다 그동안 여러 군데 낡은 부품을 방치해온 결과에 가깝다. 나는 이걸 종종 에코시스템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곤 하는데, 지금 터진 문제는 지금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전부터 쌓여온 것들이 같이 얽혀서 나온 결과라는 뜻이다. 공채 배치의 운, 성과급 재원의 불투명성, 무너진 정보 비대칭, 통상임금을 피하려던 구조, 그리고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의 근로자 심리까지, 하나하나는 각자의 시점에서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거다. 근데 이게 다 같이 쌓이면서 한꺼번에 터진 거라고 본다.

여기서 하나 걱정되는 게 있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회사들이 성과급 공식만 손보고 끝낼 가능성이다. 근데 진짜 문제는 특정 공식이 아니라, 어떤 사업부가 갑자기 압도적으로 잘나가는 상황 자체가 앞으로 더 잦아질 거라는 데 있다. AI가 산업을 바꾸는 지금은, 반도체 사이클처럼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흐름보다 훨씬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가치가 쏠린다. 그러니 이번 정비는 한 번으로 끝날 리가 없다.

자동차도 그렇지 않나. 오일 한 번 안 갈았다고 당장 차가 서지는 않는다. 근데 그게 쌓이고 쌓이면 결국 엔진까지 손봐야 하고, 그마저 놓치면 폐차 수순을 밟는다. HR도 똑같다. 회사가 커지고 사업 환경이 바뀌는 만큼, 그 안의 제도와 구조도 자주자주 점검하고 정비해줘야 한다. 그래야 진짜 큰 고장이 나기 전에, 작은 부품 교체 선에서 끝낼 수 있다.


192d24374a381.jpg


1 0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