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20] 채용의 중요성은 여전히 과소평가되고 있다 (EDGE 6기 오윤)

오윤
202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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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봉을 5천만 원으로 가정하면, 한 명의 직원이 30년간 근무할 경우 약 15억 원의 인건비가 투입된다. 기업이 15억 원짜리 장비나 설비를 도입한다면, 수차례 검토와 결재를 거치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투자 타당성을 분석하고, 여러 대안을 비교하며, 구매 이후의 활용 계획까지 면밀히 따진다. 그런데 채용은 과연 그 정도의 수준으로 검토되고 있을까. 한 사람을 조직에 들이는 결정이 장기간에 걸친 막대한 투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채용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가볍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프로젝트가 실패하거나 조직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때, 우리는 종종 실행 과정에서의 문제를 먼저 떠올린다. 전략이 잘못되었는지, 리더의 자질이 부족했는지, 협업이 원활하지 않았는지 등을 점검한다. 그러나 한 발 물러서서 보면 전혀 다른 질문이 가능하다. “애초에 이 업무를 할 사람을 제대로 뽑았는가”라는 질문이다.

 

많은 조직에서 채용은 여전히 ‘시작 단계의 절차’로 취급된다. 정해놓은 일정에 맞춰 인원을 충원하고, 결원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전통적 인사 운영 업무에 가깝게 인식된다. 하지만 실제로 채용은 조직 성과의 출발점이자, 이후 모든 인사관리 활동의 방향을 결정하는 근간이 된다.

 

한 번의 잘못된 채용은 단순히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는 데서 그치지 않고, 팀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기존 구성원의 부담을 증가시키며, 조직 내 갈등을 유발한다. 결국 교육, 평가, 보상 등 후속 HR 기능이 개입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문제를 보완하는 역할’에 그칠 뿐 근본적인 해결이 되기는 어렵다.

 

문제는 채용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 구조’에 있다. 많은 조직에서 채용은 여전히 속도 중심으로 운영된다. 현업에서는 빠른 충원을 요구하고, HR은 제한된 일정으로 후보자를 선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직무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 성급한 채용이 진행되거나, 평가 기준이 면접관 개인의 한정된 경험과 심지어는 직관에 의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다른 문제는 채용과 성과관리 간의 단절이다. 채용 단계에서 기대했던 역할과 실제 평가 기준이 일관되지 않으면, 조직은 결국 ‘어떤 사람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축적하지 못한다. 이 경우 채용은 반복될수록 정교해지는 것이 아니라,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이 된다.

 

그렇다면 채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채용(採用)은 문자 그대로 ‘골라 뽑아서 활용’하는 단순한 선발이 아니라 ‘조직 설계의 일부’로 이해되어야 한다. 어떤 사람을 뽑느냐는 곧 조직이 어떤 방식으로 일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용은 직무의 본질, 성과 기준, 조직 DNA라는 세 가지 축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HR의 역할 또한 달라져야 한다. 지원자를 선별하는 기능을 넘어,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구조적으로 설계하고 이를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무별 핵심 역량을 구체화하고, 면접 과정에서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질문과 평가 기준을 표준화하며, 채용 이후의 성과 데이터를 다시 채용 기준에 반영하는 순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채용의 질은 조직의 미래를 결정한다. 교육은 보완책일 뿐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조직문화와 조직성과는 사람이 모여 만드는 결과물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용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급한 일에 밀리는 업무’로 남아 있다면, 조직은 같은 문제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채용은 시작이 아니라, 결과를 미리 결정하는 과정이다.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조직의 수준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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