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13] 스톡옵션으로 돈 벌고 싶지만 쉽지않은 현실 (EDGE 3기 김동현)

김동현
202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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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션의 현실과 구조적 한계


한국에서 스톡옵션은 언제나 반짝이는 말로 시작한다. “우리 회사 스톡옵션 있어요. IPO되면 대박 날 수 있어요.” 이 말 한마디가 주는 설렘은 크다. 카카오, 네이버, 쿠팡 같은 성공 스토리가 스톡옵션을 ‘꿈의 보상’이자 ‘인생 역전 티켓’처럼 만들어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스타트업 임직원들은 깨닫는다. “스톡옵션은 종이 한 장이 아니다. 그 종이를 돈으로 바꿀 수 있느냐가 전부다.”


한국에서 이 단순한 진실은 특히 멀다. 문제는 단순히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대주주가 곧 회사인 문화, 형식적인 이사회,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소수주주 보호가 얽힌 기업 지배구조가 있다. 최근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상법 개정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스톡옵션 제도 개선뿐 아니라 소수주주 권리 강화, 이사회 기능 실질화, 대주주 의사결정 집중 완화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이해관계가 첨예해 진전은 더디다. 특히 “스타트업 성장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와 “투명성·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가 맞서고 있어, 실질적 변화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유니콘 신화”에 열광하며 빠르게 성장해온 것에 비해, 정작 그 내부 구조와 현실은 여전히 폐쇄적이고, 많은 부분이 관습과 대주주 중심 의사결정에 의해 좌우된다. 이 글은 그 복잡한 현실의 전모를 풀어내고, 가끔 스톡옵션을 매입해주는 기업들이 있지만 그것을 “당연한 의무”로만 볼 수 없는 이유를 말해볼까 한다. 또한 한국 스타트업에서 대주주와 껄끄러워지면 이후 투자 라운드에서 배제돼 결국 수익 실현 기회가 점점 좁아지는 구조적 현실도 함께 살펴본다.


그리고 여기서 다루는 이야기는 “문제라서 무조건 바꿔야 한다”는 결론을 강요하기 위함은 아니다. “생각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현실”을 정확히 아는 것이야말로, 결국 각자에게 가장 정확한 선택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스타트업 역사는 이미 길고, 스톡옵션 부여 사례도 무수히 많았지만, 그 실질적 작동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스톡옵션의 본질과 현금화 장벽


스톡옵션은 본질적으로 주식매수권(Stock Option)이다. 일정 가격(행사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고, 기업 가치가 오르면 그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스톡옵션의 약속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단순한 구조가 여러 벽에 부딪힌다.


① 가장 먼저 부딪히는 현실은 비상장 주식 거래 시장의 협소함이다.

  • 미국에는 SharesPost, EquityZen 같은 플랫폼이 활발히 돌아가며 스타트업 주식이 비교적 자유롭게 거래된다. 하지만 한국의 K-OTC나 서울거래 비상장 같은 플랫폼은 아직 규모가 작고, 실제 거래가 매우 드물다. 거래 가능한 기업 수도 적고, 거래 금액 자체가 작으며, 매수자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마저도 가격 정보가 불투명하고 수수료도 높아, 사실상 시장으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이런 배경 때문에 많은 임직원들이 비상장 주식을 팔고 싶어도 결국 개인 간 거래나 브로커를 통한 사설 거래에 의존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리스크가 따른다. 공식적인 보증이나 안정 장치가 없다 보니, 서류 위조, 허위 매수 제안, 계약 불이행 등의 사기 사건이 빈번하다. 또 실제 명의 이전이나 대금 정산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결국 “차라리 그냥 들고 있겠다”는 체념으로 이어지기 쉽다.


② 다음은 회사 내부 규제다.

  • 한국 스타트업의 정관에는 흔히 이런 문구가 박혀 있다. “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할 때 회사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 즉,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보유하고도, 회사가 팔지 말라고 하면 임직원은 팔 수가 없다.
  • 이 때문에 스톡옵션을 행사하고도 현금화가 사실상 봉쇄되는 경우가 많다.


③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취득하면 명의개서 후 예탁원(한국예탁결제원) 등을 통해 전자증권 계좌 등록을 해야 한다.

  • 하지만 회사나 투자자 측은 이 과정을 반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자증권으로 전환하면 cap table(지분구조)이 외부에 노출되거나 관리 부담이 커지고, 회사의 전략적 움직임이 시장에 새어 나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 일부 대주주는 cap table이 복잡해지는 것을 꺼려 전자증권 전환 자체를 늦추거나 아예 막기도 한다. 이로 인해 임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하고도 주식을 관리하거나 거래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④ 또 다른 현실적인 벽은 회사 자체의 매수 여력 부족이다.

  • 미국에서는 종종 회사가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의 스톡옵션이나 보유 주식을 매입해 현금화 기회를 열어주곤 한다.
  • 하지만 한국 스타트업의 현실은 다르다. 많은 기업들이 운영비나 마케팅비를 충당하기에도 자금이 빠듯하다 보니, 직원 스톡옵션을 매입할 여유 자체가 없다. Liquidity Event를 하고 싶어도, 현금을 쥔 투자자가 아니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다.
  • 결국 임직원들은 “회사에서 사줄 수도 없다”는 말을 듣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⑤ 스톡옵션은 결국 IPO나 M&A 같은 Exit 이벤트가 없으면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Exit조차 요즘은 녹록지 않다.

  • 2021년 이후 투자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금리 인상, 글로벌 투자 위축, IPO 심사 강화, 거품 논란 등이 겹쳤고, 상장이 연기되거나 철회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한때 1조 원 평가를 받던 스타트업이 4천억 원으로 평가절하되는 일도 흔하다.
  •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IPO까지 평균 10년 이상 걸린다는 통계도 있다. M&A 시장 역시 아직 규모가 작아, 엑싯 자체가 흔치 않다는 점이 임직원들의 현금화 가능성을 더욱 막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스톡옵션은 행사 가격이 시장가보다 높아져 무용지물이 되며, ‘물렸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⑥ 또한 한국의 큰 장벽 중 하나는 세금이다.

  •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순간, 매도 시점이 아니라 행사 시점에 근로소득세가 과세된다. 예컨대 스톡옵션 행사로 1억 원의 이익이 발생하면 최고 45% 세율로 수천만 원의 세금을 현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주식을 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세금을 낼 현금조차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 더구나 비상장 주식은 시가평가가 어려워 국세청이 높은 평가가액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결국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경우가 많다.


⑦ 설령 IPO가 성사되더라도, 임직원들은 Lock-up 규제로 인해 일정 기간동안 주식을 팔지 못한다.

  • 그 사이 주가가 폭락해 스톡옵션 가치가 순식간에 증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카카오페이나 크래프톤 사례처럼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곤두박질쳐 스톡옵션이 무의미해진 사례가 이미 여러 번 반복되었다.


⑧ 이 모든 장애물 위에 있는 진짜 벽은 결국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다.

  • 한국 기업에서는 법적으로 이사회가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대표 = 대주주 = 최고 권한자’라는 등식이 굳건하다.
  • Liquidity Event를 허용할지, 스톡옵션을 매입할지, M&A 협상에서 직원 스톡옵션을 매수 대상으로 넣을지 — 이 모든 것은 결국 대주주 한 사람의 결정에 달려 있다.


결국 스톡옵션은 종이 한 장 이상의 의미를 갖기 위해선, 이 모든 벽을 뚫고 나아갈 수 있는 제도적, 구조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스톡옵션은 “꿈의 보상”이 아니라, 언제든 현금화가 봉쇄된 약속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스톡옵션 구조와 주요 조항들


스톡옵션은 단순히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그 안에 수많은 법적·재무적 장치가 얽힌 복잡한 제도다. 특히 한국 현실에서 이 조항들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디에서 좌절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래는 스톡옵션 관련 대표적 조항들과 그 현실적 한계다.


Liquidity Event (유동화 이벤트)

Liquidity Event, 즉 유동화 이벤트는 스타트업이 IPO나 M&A 같은 최종 Exit을 하기 전, 구성원들이 보유한 스톡옵션이나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중간 단계의 이벤트다. 스타트업은 사업이 성장하는 동안 기업가치는 올라가지만, 그동안 스톡옵션은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 Liquidity Event는 “Exit까지 기다리지 않고” 일정 조건 하에 현금화 기회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대표적인 Liquidity Event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 첫째, Pre-IPO Secondary Sale은 IPO 직전에 기관 투자자에게 일부 주식을 매각해 현금화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스타트업 X가 IPO를 앞두고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을 때, 이 기관들이 기존 직원들의 스톡옵션 일부를 매입해 주는 식이다. 이로 인해 핵심 직원들은 IPO 전에도 일부 스톡옵션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 둘째, 내부 바이백(Buy-back)은 회사가 자체적으로 직원들의 스톡옵션이나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 Y가 Series D 투자 유치를 마친 뒤, 5년 이상 근속한 핵심 멤버들을 대상으로 스톡옵션 바이백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다. 이때 회사는 행사 조건을 완화하고, 통상 시장가 대비 80% 수준의 가격으로 스톡옵션을 매입해 임직원들에게 현금화 기회를 제공한다.

✅ 셋째, 부분 Exit도 있다. 이는 일부 지분을 매각해 부분적으로 현금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M&A가 완전히 성사되기 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M&A 과정에서 인수자가 회사의 전체 지분이 아니라 일정 지분만 사가면서, 일부 직원이나 초기 투자자들에게 현금화 기회를 주는 식이다.


이러한 Liquidity Event가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Exit은 언제든 미뤄지거나 실패할 수 있고, 직원들에게 “끝까지 기다려야 한다”고만 요구하면 장기 근속 인센티브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 Liquidity Event는 임직원에게 현실적 현금화를 허용해 핵심 인재의 이탈을 막고, 스톡옵션 가치를 단순한 ‘꿈’이 아닌 실제 보상으로 바꿔준다.


그러나 Liquidity Event가 쉽지 않은 이유도 분명하다. 한국 스타트업 현실에서는 투자사들이 투자계약서와 주주간계약서(SHA, Shareholders Agreement)에 “기존 주주는 투자사 동의 없이 지분을 양도, 매각, 담보 제공할 수 없다”라는 조항을 두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투자사 입장에서는 cap table 복잡화, 밸류에이션 하락, 투자금 회수 계획 교란 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결국 Liquidity Event는 회사가 “해주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히기 일쑤다.

“Exit이 보장되지 않는 시장에서, 현실적으로 사람을 붙잡는 방법은 유동화 설계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투자사의 동의 벽이 너무 높아 Liquidity Event가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결국 Liquidity Event조차 예외적 호사처럼 여겨질 뿐이다.



Drag-Along (드래그얼롱) – 보호인가 강제인가?

Drag-Along은 대주주가 회사를 매각할 때, 소수주주나 스톡옵션 보유자에게 “같은 조건으로 함께 팔라”고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이다. 표면적으로는 소수주주 보호 장치처럼 보인다. 인수자가 대주주 지분만 사고 나머지 소수 지분을 남기면 cap table이 복잡해지고 향후 경영권 분쟁이나 소송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Drag-Along은 이런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등장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Drag-Along은 종종 대주주의 편의 수단으로 작동한다. 대주주 입장에서 회사를 통째로 매각하려면 깔끔하게 딜을 마치고 싶어한다. 소수주주가 “나는 안 팔겠다”고 버티면 인수자가 부담스러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 스타트업의 M&A에서 인수자는 창업자 지분만 인수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직원 스톡옵션 행사로 발생한 보통주 매입은 원치 않았다. 대주주는 Drag-Along 조항을 내세워 직원 지분도 인수하라고 요구했지만, 인수자는 “직원 지분은 안 사겠다”고 완강히 거부했다. 결국 Drag-Along은 행사되지 못했고, 직원 주식은 잔여 주식으로 남았다. 이때 직원들은 수년간 쥐고 있던 주식이 종이 한 장이 되어 아무 대가도 받지 못했다.


이처럼 Drag-Along의 “같은 조건”이라는 표현은 사실상 형식적이다. 인수자가 원하지 않으면 “같은 조건”은 무의미해진다. 실무에서 Drag-Along은 종종 대주주가 딜을 깔끔히 정리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쓰인다. 그리고 직원들은 자신의 지분을 강제로 팔아야 하는 상황에 몰리거나, 반대로 아무도 안 사주어 매각 자체가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또 다른 문제는 가격이다. Drag-Along은 “같은 가격”으로 매각할 수 있게 해준다지만, 실제로는 인수자가 제시하는 조건이 제각각이다. 창업자 지분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높은 가격에 사지만, 직원 지분은 단순 주식 가치로만 평가해 가격을 후려치거나 아예 매입하지 않으려 한다. 결국 Drag-Along이 있다고 해서 직원들이 대주주와 똑같은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Put Option (풋옵션) – 있으나 마나 한 권리

풋옵션은 소수주주가 일정 조건에서 자신의 주식을 회사나 대주주에게 되팔 수 있는 권리다. 원래 취지는 “출구 없는 지분의 리스크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회사가 IPO를 못하거나 M&A가 무산되면 소수주주는 주식을 팔 길이 없어 손해를 떠안게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풋옵션이 도입된다.


그러나 한국 스타트업 현실에서는 풋옵션이 거의 유명무실하다.

✅ 첫째, 계약서에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한국 스타트업 투자계약이나 스톡옵션 부여계약을 보면, 풋옵션 조항 자체가 빠져 있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언제든 지분 회수 압박을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 둘째, 있다고 해도 조건이 극도로 까다롭다. 예를 들어 “IPO 실패 + 일정 기간 경과 + 대주주 승인 + 투자자 동의” 등 복잡한 조건들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도 대주주가 “지금은 회사 재정이 어렵다”며 거부하면 결국 소송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한국 현실에서는 스톡옵션 행사 규모가 상대적으로 소액이기 때문에 소송 비용 대비 실익이 없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다. 실제 사례로, 한 스타트업의 투자자들이 풋옵션 행사 의사를 통보했지만, 회사는 “재무 상황이 어렵다”며 거부했다. 투자자들이 법적 조치를 고민했으나 예상 소송 비용이 수억 원에 달했고, 투자금 회수 가능성도 낮아 결국 소송을 포기했다. 이처럼 한국에서 풋옵션은 종이 위의 권리일 뿐,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셋째, 한국 문화도 영향을 미친다. 대주주와 소송으로 가면 이후 투자 업계에서 “문제 일으킨 투자자”라는 인식이 남아 이후 투자 네트워크에서 배제될까 봐 소송을 꺼린다. 결국 풋옵션은 법적으로 존재하더라도 심리적으로, 실무적으로 행사하기 어려운 장치로 남는다.


보통주 vs 상환우선주 – 보이지 않는 계급

  • 스타트업 지분 구조에서 또 하나의 핵심 변수는 보통주와 상환우선주다. 스타트업 임직원이 스톡옵션으로 받는 주식은 대부분 보통주(Common Stock)다. 반면 창업자나 초기 투자자들은 투자 때부터 상환우선주(Preferred Stock)를 요구한다. 상환우선주는 단순히 이름만 “우선”이 아니다. 여러 방면에서 보통주보다 강력하다.
  • 청산 우선권(Liquidation Preference) : 회사가 매각되거나 청산될 때, 우선주 보유자가 먼저 투자금과 일정 수익을 회수한다.
  • 배당 우선권 : 회사가 배당할 때 우선적으로 배당을 받는다.
  • 전환권 : IPO 직전,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꿀 수 있다. 이 전환가가 투자자에게 매우 유리하게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 보호 조항 : 회사 주요 의사결정(추가 투자, M&A, 주요 자산 매각)에 거부권을 가진다.


이 때문에 M&A가 일어나면 인수자는 상환우선주부터 매수한다. 이는 법적·실무적으로 당연한 수순이다. 우선주를 정리해야 cap table이 깔끔해지고 향후 경영권 분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후 남은 돈으로 보통주를 매수할지는 순전히 인수자의 재량이다. 예컨대, 한 스타트업 M&A에서 인수자가 상환우선주 보유자들에게만 딜을 제안했고, 보통주를 가진 직원들 주식은 매수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인수자는 “우리는 창업자·투자자 지분만 인수하고, 직원 지분은 네가 알아서 처리하라”고 못박았다. 그 결과, 직원들은 수년간 쥐고 있던 스톡옵션이 종이 한 장으로 전락했다.


또 다른 현실은 가격 차별이다. 인수자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우선주를 높게 매입해도, 보통주는 액면가 또는 심지어 0원 평가를 받을 때가 많다. “같은 회사 주식인데 왜 내 건 안 사주느냐”는 직원들의 억울함이 여기서 나온다.


보통주 vs 상환우선주 구도는 한국 스타트업에서 구조적으로 직원들을 약자로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다. 스톡옵션이 법적으로는 “주주와 동일한 권리”라고 해도, 우선주가 우선 정리되는 구조 속에서는 직원 보상은 늘 뒷전으로 밀린다.



미국 vs 한국: 지배구조가 만드는 극명한 차이


스톡옵션이 현실에서 현금화되느냐, 종잇조각이 되느냐를 결정짓는 핵심은 결국 기업의 지배구조다. 이사회가 의사결정의 중심인지, 대주주가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지에 따라 직원들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 점에서 미국과 한국은 철저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미국의 이사회 중심 구조

미국 기업에서 이사회(Board of Directors)는 법적으로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단순히 이름만 올려둔 명예직이 아니라, 실제로 회사의 투자, 인수, 보상 설계를 책임진다. 이사들은 법적으로 신인의무(Fiduciary Duty)를 지며, 주주 전체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 CEO도 이사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 해임될 수 있다.

특히 델라웨어 주법은 이사들이 소수주주 이익을 무시하거나,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우선하면 바로 소송 대상이 되도록 법적 장치를 만들어 두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Weinberger v. UOP 사건(1983)이다. 대주주가 소수주주 지분을 저가에 사들여 회사를 인수하려다가 법원이 “소수주주에게 불공정하다”며 M&A 자체를 무효로 돌리고 수억 달러 배상 명령을 내렸다. 이 사건 이후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M&A 때 반드시 독립 이사들의 공정성 의견(Fairness Opinion)을 구해야 하고 소수주주에게도 동일한 조건을 제시해야 하며 공시 의무(SEC Disclosure)를 지키지 않으면 집단소송에 휘말린다


또한 미국의 대형 기관투자자—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등—들은 이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들은 사외이사 선임부터 CEO 보수, 스톡옵션 설계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CEO조차도 이들의 견제를 피할 수 없다. 미국 기업 문화 자체가 CEO라도 “No”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설계되어 있는 셈이다.


미국 M&A의 Full Acquisition 원칙

미국 M&A의 또 다른 특징은 거의 100% 인수(Full Acquisition)를 고수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깔끔하게 끝내기 위한 게 아니라, 법적 리스크 회피라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 소수주주 소송 리스크 : 소수주주가 남아 있으면 “왜 내 주식은 인수 안 했느냐”라며 즉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Weinberger 사건 이후 M&A에서 소수주주가 남지 않도록 전량 인수하거나 동일 조건의 주식 교환을 제시하는 것이 원칙이 되었다.
  • Cap Table 혼란 방지 : 소수주주가 잔존하면 주주총회 의결이 복잡해지고, 상장 준비도 난항을 겪는다. 경영권 안정과 SEC 공시를 위해 Full Acquisition이 필수다.
  • 딜의 Clean Closing : 투자은행(IB)과 PE(사모펀드)들은 소송과 cap table 혼란 리스크를 막기 위해 인수자에게 Full Acquisition을 강하게 권고한다.


예컨대 Salesforce는 Slack을 277억 달러에 전량 인수했고, Microsoft는 LinkedIn을 262억 달러에 매수 후 상장 폐지시켰다. Meta가 WhatsApp을 190억 달러에 인수할 때도 모든 주주가 Exit했다.

“미국 M&A에서 소수주주를 남긴다는 것은, 곧 폭탄을 남긴다는 뜻이다.”


한국의 대주주 중심 구조

반면 한국의 기업 운영은 겉으로는 이사회 중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철저히 대주주 중심이다. 이 차이가 스톡옵션의 운명을 갈라놓는다.

  • 가족기업 DNA : 한국 대부분의 대기업·중견기업은 창업자 개인이나 오너 일가가 직접 설립했다. 산업화 시절, 국가 주도 산업정책과 재벌 체제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오너가 회사의 전권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문화가 깊이 뿌리내렸다.
  • 지분 = 경영권 방어 : 한국 기업은 지분율이 곧 경영권 방어 수단이다. 지분율이 낮아지면 적대적 M&A나 소수주주 행동주의(액티비스트)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 그래서 오너 일가는 지분을 꽉 쥐려 하고, 외부의 견제를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 문화적 저항 : 한국 기업 문화에는 “윗사람에게 반대 의견을 내면 안 된다”는 정서가 여전히 존재한다. 사외이사도 현실에서는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오너의 뜻에 반대하는 순간 투자금 회수 압박, 경영권 분쟁, 업계 평판 악화라는 3중 리스크에 직면한다.
  • 속도·비밀 유지 미신 : 대주주들은 “내가 혼자 결정해야 일이 빠르다”고 믿는다. 이사회 중심은 회의 준비, 자료 작성, 회의록 작성 등으로 시간이 걸린다고 여긴다. 또한 이사회를 자주 열면 내부 기밀이 외부로 새어나갈까봐 두려워한다.
  • 금융·시장 구조 미성숙 : 미국처럼 기관투자자나 연기금이 이사회를 강하게 압박하지 못한다. 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지만, 오너의 높은 지분 앞에서는 여전히 힘이 약하다.


한국에서는 결국 “대표 = 대주주 =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Liquidity Event(유동화 이벤트), 스톡옵션 행사, M&A 협상 — 이 모든 것이 대주주의 의중에 달려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 투자자들이 이사로 이름을 올려도, 대주주 뜻을 거스르는 발언은 거의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후 투자 라운드에서 배제될 위험, 대주주와의 관계 단절, 지분 희석으로 투자금 회수 불가 때문이다. 한국의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여전히 좁아서, 대주주 눈 밖에 나면 다음 라운드 투자금이 막히거나 최악의 경우 투자금 회수가 영영 불가능해진다. 이 점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근본적 아이러니다. 결국 이 구조 때문에 스톡옵션은 종종 대주주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무력화될 수 있다.



M&A에서 드러나는 한국 현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스톡옵션이 가장 가혹하게 시험대에 오르는 순간이 바로 M&A다. 미국처럼 체계적인 소수주주 보호가 자리 잡지 못한 한국 현실에서는, M&A 협상이 진행될 때 창업자나 대주주가 거의 단독으로 모든 딜을 이끌고 마무리한다. 이사회는 의례적으로 결정을 추인해 주는 절차에 불과한 경우가 많고, 정작 직원이나 소수주주들은 “우리가 팔렸다”는 소식을 딜이 끝난 뒤에야 통보받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문제는 M&A에서 직원들이 보유한 스톡옵션의 운명이다. 한국의 인수자들은 대부분 “우리는 대주주 지분만 샀다”라고 못박으며, 직원들의 스톡옵션 매입 여부를 대주주 측의 책임으로 돌린다. 이로 인해 수년간 스톡옵션을 믿고 회사에 몸담아온 직원들이 끝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허탈감에 빠지는 일이 적지 않다. M&A가 스톡옵션의 현금화 기회가 아니라, 오히려 그 권리가 사라지는 계기가 되는 현실이 종종 벌어지는 것이다.


몇년전 대기업이 한 스타트업을 인수한 사례는 이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대기업은 대주주 지분만 인수하고, 주요 경영진이 보유한 스톡옵션은 매입하지 않았다. 이에 일부 경영진이 노무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법원은 스톡옵션은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이나 퇴직금이 아니라 민법·상법상의 계약상의 권리라고 판결해 원고가 패소했다. 이 사건은 스톡옵션이 법으로 보호받는 임금과는 달리, 결국 대주주나 인수자의 의중에 따라 운명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한국 M&A 시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매우 흔하다. 인수자들은 종종 직원 보유 지분에 대해 “창업자·투자자 지분만 인수하고, 직원 지분은 대주주가 알아서 처리하라”고 선을 긋는다. 실제로 대기업이나 재무적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을 인수할 때, 대주주 지분만 매입하고 딜을 종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 결과 직원들의 스톡옵션은 “잔여주식” 신세로 전락하거나, 액면가 이하로 평가받아 무의미해져 버린다. 이는 미국의 관행과는 확연히 다르다. 미국에서는 M&A 시 소수주주가 잔존할 경우 곧바로 소송 리스크가 불거지기 때문에, 대다수 딜이 Full Acquisition으로 이뤄진다. 즉, 전 주주를 동일 조건으로 인수하거나, 모두 현금화·주식교환 방식으로 처리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소송 비용 대비 실익이 낮고, 문화적으로도 대주주에게 맞서기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직원들의 권리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다.


결국 한국에서 스톡옵션은 법적 권리가 아닌, 대주주 혹은 인수자의 선택과 선의에 달린 옵션으로 남게 된다. 누구도 법적으로 스톡옵션을 반드시 매입해주어야 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 직원 입장에서는 스톡옵션이 분명히 주어졌음에도, M&A라는 큰 이벤트가 오히려 그 권리를 사라지게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큰 리스크 중 하나다.



왜 스톡옵션 매입은 예외인가


가끔 한국에서도 스톡옵션을 직접 매입해주는 회사들이 있다. 이런 뉴스가 나오면 “저 회사 너무 좋다”라는 찬사가 쏟아지지만, 본질적으로 중요한 점은 스톡옵션 매입은 의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스톡옵션 매입은 매우 이례적이고 드문 사례에 가깝다. 왜냐하면 한국의 법과 구조상, 기업은 직원 스톡옵션을 매입할 법적 의무가 없다. M&A에서 대주주 지분만 인수해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으며, 직원 스톡옵션은 결국 민법·상법상 회사와 대주주가 정하는 내부 정책일 뿐이다. 법적으로 보호되는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이나 퇴직금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심지어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IPO 계획을 철회하는 순간, 직원들의 스톡옵션은 현금화 기회 자체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이때 인수자는 “우리는 대주주와만 거래했다”라며 선을 긋고, 직원들의 스톡옵션 문제를 철저히 외면한다. 즉, 직원 스톡옵션 매입 여부는 법적 의무가 아니라 순전히 대주주의 결정과 기업의 재정적 여력에 달려 있는 것이다.


더 복잡한 현실은, 설령 스톡옵션을 매입한다고 하더라도 전 직원에게 동일하게 열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이것이 또 다른 힘의 장치로 쓰인다. 실제로 일부 스타트업은 특정 핵심 인력에게만 바이백 기회를 제공하고, 나머지 직원들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리고 “당신도 언젠간 받을 수 있으니 충성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회사를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 이는 회사가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직원들을 강력히 묶어두는 수단이 된다.


또 다른 현실은 과도한 할인율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안 해줘도 되는 것을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 스타트업은 스톡옵션 매입 시 주식을 시장가보다 20~50% 이상 저렴하게 사들이는 조건을 붙인다. 예컨대 Series D에서 기업가치가 1조 원으로 평가되었더라도, 직원 스톡옵션 바이백은 “주당 평가액의 50% 수준으로만 매입하겠다”는 식이다. 이런 할인은 결국 회사가 부담을 최소화하고, 투자자들도 valuation 하락을 피하기 위한 타협책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스톡옵션 매입은 상당한 리스크를 수반한다. 한국에서는 Liquidity Event조차 극도로 꺼려하는 투자 환경인데,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스톡옵션 매입이나 유동화가 이루어지면 회사의 기업가치(valuation)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또 cap table, 즉 지분 구조가 복잡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후속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끼거나 투자 협상이 꼬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유동화를 허용하면 핵심 인력이 일부 현금을 챙긴 뒤 회사를 떠나는 리스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Liquidity Event로 주식이 거래되더라도 이는 기존 주주 간의 거래일 뿐이고, 회사로 새 투자금이 유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회사 입장에서는 현금 유입 없이 리스크만 감수해야 하기에 유동화 이벤트나 스톡옵션 매입을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특히 투자사들 입장에서는 “기존 주식 매각을 허용하면 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거래가 이루어져 버릴 위험”을 우려한다. 실제로 투자계약서나 SHA(주주간계약서)에는 이런 조항이 종종 들어간.

“기존 주주는 투자사 동의 없이 지분을 양도, 매각, 담보 제공할 수 없다.”

이는 신규 투자 유치 시 낮은 valuation으로 협상당할 리스크를 막고, cap table 복잡화를 피하려는 이유 때문이다. 결국 Liquidity Event조차 투자사가 “안 된다”고 하면 회사도 임직원도 어쩔 수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스톡옵션을 매입해주는 기업은 “의무를 다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우 이례적이고 결단을 내린 경우에 가깝다.

“한국은 스톡옵션을 법적으로 보호하지 않는 나라다.
매입해주는 기업은 예외적인 결정을 한 것일 뿐이다.”


이처럼 한국에서 스톡옵션 매입은 결코 당연한 절차가 아니다. 대주주의 결단, 기업의 재무 여력, 투자사와의 관계, 시장의 눈치가 모두 맞아떨어져야만 가능한, 극히 예외적인 이벤트다. 직원들에게는 희망처럼 이야기되지만, 현실은 법적 권리보다는 대주주의 재량과 투자사 의사에 좌우되는 구조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분명해진다.



스톡옵션은 결코 단순히 “주식을 나눠주는 종이 한 장”이 아니다. 그 안에는 기업이 어떻게 사람과 가치를 연결하고, 미래를 함께 설계할 것인가라는 깊은 구조적 질문이 담겨 있다. 한국에서 스톡옵션은 언제나 반짝이는 언어로 시작한다. “우리 회사 스톡옵션 있으면 IPO 되면 대박 날 수 있어요.”라는 말처럼, 화려한 약속으로 사람들을 설레게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약속은 점점 멀어지고 현실 속에서는 결국 대주주의 한마디에 임직원들의 운명이 좌우되곤 한다. Liquidity Event는 대주주의 승인 없이는 열리지 않으며, M&A도 대주주 지분만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 사이 직원들의 스톡옵션은 종종 잔여주식 취급을 받으며 종잇조각이 되기 쉽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한국에서 스톡옵션이 기업과 사람을 함께 묶는 성장의 설계가 아니라, 종종 대주주가 쥔 협상 카드이자 비용 절감 도구로 축소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 미국이 보여주는 모습은 단순히 “미국이 잘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은 스톡옵션을 인재 개인의 복권처럼 보지 않는다. 오히려 스톡옵션

을 기업 가치의 상승과 인재를 함께 연결해, 더 큰 부를 만들어가는 구조적 장치로 인식한다. 우수한 인재에게 스톡옵션을 나누어 주는 것이 곧 기업의 밸류를 올리고, 더 큰 부의 창출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분명하다. 스톡옵션은 기업 성장의 보상 수단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부의 재분배와 경제적 순환 시스템으로도 작동한다. 물론 그 역시 완벽하지는 않다. 미국에서도 Exit 과정에서 불공정 사례가 종종 터져 나오며, 스톡옵션이 기대만큼 현금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는, 미국은 스톡옵션을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제도와 법적 장치로 뒷받침하는 체계를 이미 오래전부터 구축해왔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한국이 미국과 다르다고 해서 단순히 “의식이 부족하다"는 식으로만 탓할 수 없다는 현실이다. 한국에는 분명히 법적·제도적 제약이 존재한다. 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어 쉽게 흔들 수 없는 현실이고, 가족기업 DNA가 깊숙이 박혀 있어 지분이 곧 경영권 보호 수단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상법과 세법 역시 스톡옵션의 유동화를 제약하는 구조를 여전히 갖고 있으며, Liquidity Event를 허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cap table의 불안정성 역시 큰 걸림돌이다. 이런 현실적 제약은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그 한계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상태로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단순히 미국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현실과 제약을 인정하되, 그 틀 안에서 스톡옵션이 “같이 잘 되자”는 약속으로 다시 기능할 수 있도록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스톡옵션은 결국 사람들에게 묻고 있다. “너는 이 미래를 함께 만들 준비가 되어 있느냐?” 그리고 이제 기업들에게도 되묻고 있다. “그 미래를 함께 나눌 용의가 있느냐?” 한국이 보다 선진적인 순환 시스템으로 나아가려면, 스톡옵션을 단순히 대주주의 협상 카드로 두지 않고, 구조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 길은 쉽지 않겠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다. “구조 없는 약속은 반드시 가장 약한 자리부터 무너진다.” 그리고 그 약한 고리는, 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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