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05] 일을 가르친다는 의미 (EDGE 4기 김응수)

김응수
2025-06-08
조회수 267

여러분들은 일을 가르친다는 말을 어떻게 쓰고 계세요?


회사의 업무가 전문화되고 세분화되면서 팀의 구성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편에서는 생성형 AI가 널리 보급될테니 직원들이 별로 필요 없을거다 하는 이야기도 많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생성형 AI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제가 일하는 부서는 최근 몇년 간 팀원이 5명을 넘은 적이 없습니다.

팀원이 10명이 넘는 대팀제로 운영되던 시절만 해도

팀장님이 팀 내 선임급 사원들을 lead, part장 등으로 부르면서

리더십과 업무관리를 가르칠 기회가 있었지만,

5~6명이 일반적인 소팀제 형태의 요즘 팀 단위에서는

리더십을 위임하며 가르치는 기회보다는

팀장도 실무자의 한 명처럼 함께 일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개개인이 하는 일의 방식을 마이크로매니징 방식으로 가르치기보다는

업무 퍼포먼스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을 전제로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피드백하는 형태가 일반화되는 듯 합니다.

이 경우, 팀장이 팀 업무에 대해 명확하게 알지 못하면

팀원들이 팀장의 피드백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직원들에게 일을 가르친다고 할 때,

요즘은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이야기를 합니다.


1)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2) 회사에서 그 동안 문제를 해결해온 다양한 history를 알려준다.

3)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제 철학'을 설명한다.


아마 대부분의 업무교육은 1)번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저조차도 입사 초에 그런 교육을 받고 반복 숙지를 통해

지금처럼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무엇보다, 프로세스를 모르는데 그 어떤 이야기를 한들

일이 제대로 처리될리 만무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나름 역사와 전통이 있는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1)번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2)번과 3)번입니다.


제조업은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지켜야만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저희의 제품을 공급받는 타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동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표준화해왔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아야 합니다.


흔히 ISO(국제표준화기구)로 시작되는 다양한 인증제도는,

이러한 제조업 및 연관산업의 요구로부터 출발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증 과정에서 매우 쓸데없어보이는 요구를 받게 되지만,

결과적으로 그러한 요구가 모여 제품의 품질을 지키고,

소비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게 됩니다.


보통 이런 업무는 회사에서 저연차 직원들이 많이 하게 되지만,

현업이 바쁘다보니 대부분 그런 의미까지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업무지식을 근거로 대응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래도 담당자의 재직기간이 늘고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본인의 방식으로 history를 정리하게 됩니다.


그러나 3)번의 경우 요즘은 직접 인수인계를 받을 기회가 드뭅니다.


일단 업무 인수자, 인계자 모두 너무 바빠서 충분한 시간이 없어서,

예전처럼 도제식으로 업무를 배울 기회가 사실상 없습니다.

또한, (저는 그런 표현이 싫습니다만) MZ로 통칭되는 저연차 직원들은,

방망이 깎는 노인 식의 '열심히 하면 보인다'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모두 각자의 삶의 철학에 따라 일터에서 일을 합니다.

어떤 이에게는 하나의 일을 하더라도 원칙과 철학이 분명해야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일은 그저 빨리빨리 처리하면 그만이고.

남은 시간에 본인이 원하는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또 어떤 이에게는 'n잡러' 관점에서 그저 '일' 중 하나일 뿐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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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을 맡은 뒤 올 한 해 저는 팀원들에게 이렇게 약속했습니다.


"올 한 해는 (전임 팀장이셨던) 상무님과 일하던 방식 그대로 해도 좋다.

 업무방식에 대해서는 필요할 때 내가 개인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겠다."


6개월동안, 업무적으로 답답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제가 일을 배운다는 느낌으로 기존 방법을 유지토록 했습니다.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일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고,

일에 대한 각자의 가치관을 배우는데는 

이것보다 좋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반 년이 지나 이제 1차 피드백, 

아니 1차 development session을 마쳤습니다.

(좋은 아이디어 주신 희정님 감사드려요 =)


session 중 있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공감대를 얻고,

이제는 1)번과 2)번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3)번에 대한 이야기는 바로 시작하기는 어렵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정도는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인원은 적지만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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