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스 클럽] 내가 남기고 싶은 서사에 대하여(권력을 경영하는 7가지 원칙)

조영진
2025-04-09
조회수 370

"어떻게 행동하느냐보다, 어떻게 기억되느냐가 중요하다."

며칠 전, 부문장님과의 1:1 면담에서 들은 말이다. 갑작스러운 이 피드백은 생각보다 오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건 단순한 조언이 아니었다. 내가 부문에서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였다. 그 순간, 한동안 멀리해왔던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바로 권력이다.


[진실보다 인식이 중요한 세계]

우리는 '권력'이라는 말을 불편해한다. 왠지 정치적이고, 계산적이며, 누군가를 이용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정치 같은 거 안 해." "일만 열심히 하면 되지." 나도 그런 말을 자주 했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최근에 <댓글부대>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믿고 있는 진실은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회사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 피드백, 소문... 그 모든 것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감정이나 해석의 결과일까?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이나 이미지가 위협받을 때, 불편한 진실 대신 그 진실을 말한 사람을 비난하거나 상황을 왜곡하며 마음의 평형을 유지한다.

결국, 조직에서도 중요한 건 '사실'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이다. 그리고 이 인식을 어떻게 설계하고 관리하느냐가 곧 권력의 본질이다.


[경기에서 이기고 싶다면, 전략적으로 행동하라]

『권력을 경영하는 7가지 원칙』에서 제프리 페퍼는 축구 이야기를 꺼낸다. "조직에서 정치적 행동을 하지 않는 건 축구장에서 다이빙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회사도 비슷하다. 정직하게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항상 인정받는 건 아니다. 타이밍을 읽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더 빨리 기회를 얻는다. 한때 그런 사람들을 불편하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안다. 

그들을 욕해봤자, 결국 경기에서 지는 건 나일지도 모른다.

책은 또 말한다. 규칙을 깨는 사람이 오히려 더 강하게 보인다고. 조직은 질서를 중시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질서를 넘을 수 있는 사람, 즉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을 더 주목한다.

또한, 우리는 부탁을 꺼리지만, 실제로는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더 호감을 얻고, 관계를 만드는 힘도 커진다. 도움은 단순히 받는 행위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내가 당신을 신뢰한다"는 연결의 신호가 된다.

『권력을 경영하는 7가지 원칙』은 이와 더불어 로버트 치알디니의 조언을 인용한다. 먼저 유능함을 보여주고, 그다음에 따뜻함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따뜻함이 약함이 아닌, 오히려 강한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그동안 부정적인 이미지라고 기피하고 멀리하려고 하기만 했던 조직 내 정치적인 행동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행동하지 않았던 나의 게으름을 부정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살아남으려고 남아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할 것이다.


[틸란드시아처럼 기억되는 법]

『권력을 경영하는 7가지 원칙』에는 "당신만의 서사를 세상에 알려라"는 문장이 있다. 권력은 직위가 아니라, 사람들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야기다.

최근 대리 승진자 교육에서 75명 중 단 2명만 발표했던 자기 브랜딩 시간. 나는 '틸란드시아'라는 단어를 포스트잇에 적고 앞에 나갔다.

"저는 틸란드시아 같은 사람입니다. 물도, 흙도 없이 공기 중의 먼지와 수증기로 살아가는 공기청정식물처럼, 스스로 살아남고 성장하며 자리를 잡았습니다."라고 말한 후, 교육생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9년간 반장을 하며 지지를 얻었고, 국제고등학교에 장학생으로 진학했으며, 성균관대학교도 4년 전액 장학생으로 다녔습니다. 과외로 용돈까지 벌었습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는데도 잘 커준 아이였던 셈입니다."

그날 이후 강사와 교육생들은 나를 "공기청정식물"이라고 불렀다. 식물의 이름은 어려워도, 메시지는 선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활동에서도 자연스럽게 조장을 맡게 되었다.

그때 알았다. 기억에 남는 말, 기억에 남는 사람, 기억에 남는 스토리. 그게 곧 영향력이고, 영향력은 곧 권력이라는 걸.


[정직과 진정성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나는 대학원 시절 영성 리더십을 공부한 적이 있다. 주요 내용은 "리더가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부하직원을 진심으로 대할 때,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진정성을 측정하는 방식은 대부분 설문 속 '행동'이었다. 나는 거기서 괴리감을 느꼈다. 행동이 진정성이라면, 그 안의 '마음'은 누가 알 수 있을까?

『권력을 경영하는 7가지 원칙』에서도 이런 말을 한다. "그 누구도 당신의 진짜 자아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모든 진실이 드러난다면 결혼도, 직장도, 국가도 유지될 수 없을 거라고.

실제로 며칠간 솔직하게만 살아보자는 실험에서, 한 작가는 편집자에게 "당신이 싱글이라면 자고 싶었다"고 말했고, 유모에게는 "아내가 떠나면 당신과 데이트하겠다"고 말했다. 당연히, 결과는 끔찍했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진심을 믿는다. 그리고 조직에서 따뜻한 리더가 되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성이라는 단어에 스스로를 가두는 일은 이제 하지 않으려 한다. 진심은 내 안에 있되, 보여지는 건 전략으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영향력은 함께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대학원 시절, 내 지도교수님이셨던 서용원 교수님께서 강조하셨던 말이 있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기꺼이 너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돕게 만드는 힘, 그게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그 말이 늘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권력을 경영하는 7가지 원칙』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 말이 곧 영향력, 브랜딩, 정치적 민감성, 그리고 권력 경영의 다른 표현이었다는 걸.

대학원에서는 이론적 지식과 사상이 중요했지만, 회사에서는 행동과 결과가 말보다 더 크게 울린다. 대학원은 생각하는 곳이었다면, 직장은 움직이는 곳이다. 그리고 어떻게 움직이느냐, 어떻게 기억되느냐가 내 영향력을 결정한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이건 정치적인가?"라고 묻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이건 내가 남기고 싶은 서사인가?" 그리고 그 질문이, 내가 영향력을 키워가는 방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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