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 몰입하는 능력치 OOO의 건강한 인재 별씨, 얼마에 데려가시겠습니까?"
"1억이요"
"2억!
"10억!"
"더 없습니까? 낙찰!"
A사에 낙찰되어 일을 시작한 별씨,
"우리 조직에서 연봉 10억은 매우 높은 편입니다. 기대가 많습니다. 알아서 밥값을 하세요."
관리자는 밥값 하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머리 위에 CCTV가 돌아가고 있었다.
'하필이면 CCTV 바로 앞이네. 신경 쓰이는군.'
'뭐 부터 할까?' 별씨는 일단 목표 설정을 하고 싶었다. '조직의 목표를 알아야지.'
"A사는 세계 최고를 추구하며 살기 좋은 세상에 기여합니다."
'너무 추상적인데... 사업 분야가 여러 가지라서 그런가? 어쨌든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거겠지.'
회사의 사업군을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오전 시간이 다 흘러갔다.
"사업군은 알겠는데, 어떻게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건지 전략을 잘 모르겠네..'
"식사 가시죠."
무겁고 차가운 사무실 분위기에 내심 동료 관계를 걱정하던 별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그래도 밥은 같이 먹는구나.'
"점심 식대는 얼마에요?"
"8천원이요"
'요즘 짜장면이 8천원인데...'
역시나, 여럿이 향한 곳은 김밥오아시스였다. 여기 아니면 중국집, 편의점일 것이 분명했다.
"점심 먹고 회의 있어요."
"회의 주제가 뭐죠?"
"질책?"
정말로 길고 긴 질책의 시간이 이어졌다.
"이번에 이 문제는 왜 이것 밖에 못했죠? 동그라미씨는 생각을 좀 확장해야 겠는데?"
"네모씨가 지난번 세모씨 보다 일이 좀 더딘데, 자꾸 비교가 되네."
"세모씨는 일을 좀 대충 하는 경향이 있어. 꼼꼼히 챙겨야지."
질책과 평가절하, 경쟁심 부추기기가 이 팀의 동기부여 전략인 듯 보였다.
'이건 감정 소모가 크네... 그리고 부정적인 피드백은 개인적으로 하는게 좋을 텐데..."
'휴우...' 복잡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자 마름모씨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회사 분위기가 별로죠?"
차 한잔 하자던 마름모씨는 상사에 대한 욕과 자기 처지에 대한 하소연을 처음 만난 아무개에게 3시간 동안 늘어 놓았다.
사실 퇴근시간이 지나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대화가 끝난 것이지,
마름모씨는 아마 몇 시간은 더 입을 털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쨌든 별씨는 A사에서 3년을 보냈다.
스스로 동기부여할 수 있는 목표와 전략을 세웠고, 불분명하던 업무 체계도 잡았고, 좋은 동료도 몇명 사귈 수 있었다.
하지만 A사에 온 3년 동안,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수 차례 바뀌었다.
모두 개인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그만둔다고 했지만 얼굴 표정이 밝은 걸 보니 회사를 떠나는 것이 홀가분한 모양이었다.
'아쉽네... 그래, 더 메리트 있는 곳으로 가는게 맞지.'
이해는 했지만, 덕분에 별씨는 새로운 동료들과 합을 맞추며 수 개월의 적응기간을 반복해서 견뎌야 했다.
평가 시즌이 돌아왔다. 별씨는 높은 연봉으로 입사했다는 이유, 다른 직원들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 혹은 이번에 개인적인 일로 사기를 북돋워야할 인원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매년 '보통'의 평가를 받아 왔다.
'그래 나만 열심히 하나? 다들 열심히 하지.' 별씨는 어쨌든 지금의 연봉에 만족했다.
'올해는 나에게 기회가 오겠지. 그동안 많은 성과를 냈잖아? 올해는 조직이 나를 인정해 주겠지.'
관리자와 면담이 시작되고 아무개는 낙심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동안 별씨가 한 일을 잘 모르겠어요. 그동안 별씨가 했다는 일은 사실 마름모씨가 한 걸로 알고 있어요."
'분명 자주 보고했는데...'
'마름모씨는 가끔 들러서 아무 말이나 떠든게 다인데, 어떻게?'
'이건 공정하지 않아.'
'나에게는 이 조직을 바꿀 권한도, 여력도 없어.'
별씨는 조직을 떠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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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씨의 일화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와 이건 우리 조직인데?" 한다면 바로 그 부분을 고쳐야 한다.
별씨의 일화에는 구성원의 업무몰입을 방해하는 다양한 요인들 중
'불명확한 목표, 열악한 근무환경, 리더십 역량이 부족한 보스, 불공정한 평가/보상' 네 가지 요인을 담아 보았다.
1. 조직의 목표가 눈에 보이듯 명확하고 구성원의 자부심을 이끌어 내는가?
2. 업무 외 다른 스트레스가 없는 근무환경을 제공하고 있는가?
3. 리더는 객관적이고 수용 가능한 피드백으로 구성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동기부여하는가?
4. 평가/보상은 합리적이고 공정한가?
(최소한) 이 네 가지 요인들에 모두 Yes라는 대답이 나와야,
조직은 '업무에 몰입하는 건강한 구성원'을 유지할 수 있고
이들을 하나의 팀으로 이끌어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를 위해 '구성원 업무 몰입을 위한 네 가지 요인'의 몇 가지 예시를 더 들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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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직의 목표가 눈에 보이듯 명확하고 구성원의 자부심을 이끌어 내는가?
"우리는 10년 안에 사람을 달에 착륙시키고, 그를 무사히 지구로 데려올 것 입니다."
1961년 5월 25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명확한 우주개발 목표를 공표한 뒤,
1969년 7월 20일 미국은 정말로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키고 달 표면에 인류의 발을 내딛는 우주개발 역사를 썼다.
케네디 대통령이 NASA를 방문했을 때 즐겁게 바닥을 닦고 있는 한 청소부에게 "청소를 정말 즐겁게 하는군요!" 하자
"저는 그냥 청소를 하는게 아닙니다. 인류를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한 일화는 유명하다.
구성원 모두가 조직의 정체성과 목표를 내재화 시키고 하나가 되어 나아가면, 조직은 그 목표를 분명히 달성할 수 있다.
정체성을 확립하고 간명하게 설명하는 것, 구성원 모두의 가슴을 뛰게 할 멋지고 원대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는 것 이것이 '조직문화 내재화'의 첫 발이다.
2. 업무 외 다른 스트레스가 없는 근무환경을 제공하고 있는가?
업무효율을 높이는 다양한 근무환경이 있지만 크게 네 가지 정도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ㅇ 공간
ㅇ 시간
ㅇ 도구 (업무에 대한 물리적 지원)
ㅇ 사람 (심리적 안전)
(1) 공간
먼저, 업무 공간이 쾌적해야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깨끗하고 널찍한 자리,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사무실... 나는 여기에 섬세하게 마련한 휴게공간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흡연구역 뿐 아니라 식곤증으로 10분만 눈을 붙이고 싶을 때도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휴게공간이 필요하다. (10분만 눈을 붙여도 머리가 맑아질 텐데!!) 모유수유를 하는 여직원의 경우, 2~3시간 마다 유축을 해줘야 하는데 화장실, 폰부스, 다인 수면실 등은 이에 적절한 휴게공간이 아니다. (유축을 못하면 몸살이 온다.)
또 많은 회사들이 "구성원 여러분,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나누고 협력하고 도전하세요!"라고 외치는데, 사실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이 자주 마주치고, 머무르고, 교류하게 되는 공간 마련이 중요하다. 스티브 잡스는 "When people run into each other, when they make eye contact, things happen!" 이라며 사람들이 자주 마주치고 인사할 수 밖에 없는 공간 설계에 힘썼다. Pixar의 Atrium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Atrium of Steve Jobs Building at Pixar,
출처: Pixar Headquarters and the Legacy of Steve Jobs | Office Snapshots

Atrium of Steve Jobs Building at Pixar
출처: https://pin.it/wVUJtsf
스티브 잡스가 'Unplanned Collaboration'을 위해 설계한 Pixar의 Atrium은 창의적 조직문화를 유지하는 핵심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식당, 화장실, 카페, 우편함은 물론 영화관, 게임시설 까지 직원들이 이용하는 모든 필수 시설들이 한 곳에 모여있다. 이 곳에서 여러 유관성 없는 부서의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교류한다.
(2) 시간
업무 시간은 최대한 자율적이어야 한다. 주어진 24시간 동안 조직의 일에도 책임을 다하고, 가정에도 책임을 다하고, 건강하고, 개인의 목표에도 몰입할 수 있는 것, 그게 앞으로 회사와 직장인이 나아가야 할 워라밸의 방향일 것이다.
누구라도 9 to 6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면 좋겠지만, 특히 가정을 이루고 아기가 탄생하면 9 to 6의 고정 근무시간은 큰 애로사항이 된다.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하면 보통 온갖 전염병, 감기를 달고 오는데, 매주 2~3번은 병원을 드나들게 되고 (입원도 자주 한다!) 그 때마다 연차, 반차, 지각/조퇴로 팀에 양해를 구하는 것은 참 민망하고 눈치 보이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최근 이직을 하게 되었는데, 매일 자유롭게 7시~10시 사이로 출근해서 8시간만 채우면 되는 자율/선택형 시차출퇴근제' 덕분에 (8시 11분에 출근하면 17시 11분에 퇴근한다!) 이러한 마음의 짐을 많이 덜게 되었다. 육아에 조부모 도움을 얻기 어려운 맞벌이 가정에는 '자율/선택형 시차출퇴근제'가 단비 같은 제도가 될 것이다.
(3) 도구 (업무에 대한 물리적 지원)
눈을 보호해 주는 모니터, 멈추지 않고 잘 돌아가는 컴퓨터, 거북목을 방지해주는 목 받침대... 이런 도구들은 물론이요, 협업 tools, 비용처리 프로세스, 결제라인 등등 업무효율에 관계되는 모든 것들이 잘 정비되어야 한다. 아, 물가 상승에 맞는 점심 식대도..
기본적인 지원 외에, 요즘은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는 각종 소프트웨어들이 많은데 이것들을 기껏 도입해 놓고는 활용은 개인의 책임으로 넘기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 것 같다. 조직은 구성원들이 이 좋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도록 어느 정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줘야 한다. 특히, 리더들이 사용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리더가 사용하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쓰지 않는다. 왜냐? 리더가 쓰는 툴도 사용하고 새로운 툴도 사용하는 건 결국 두 번 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4) 사람 (심리적 안전)
앞의 3가지 보다 조직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함께 일하는 사람'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사무공간 때문에, 업무시간 때문에, 컴퓨터나 점심식대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좋아서' 회사에 남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힘들어서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채용'을 잘 해야 한다. 인성이 모자란 사람 한명만 있어도 화기애애한 팀워크는 불가능 하다. 가스라이팅, 성과 빼앗기, 따돌림, 무임승차, 능력부족 등 직장인의 업무몰입을 저하시키는 유형은 다양하다. 그런 사람인 줄 모르고 뽑았다면? 교육과 피드백으로 나쁜 행동을 교정하거나 정중히 내보내야 한다.
3. 리더는 객관적이고 수용 가능한 피드백으로 구성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동기부여하는가?
어쨌든 사람은 누가 뭐래도 자기가 제일 유능하고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리더는 구성원에게 객관적이고 수용 가능한 피드백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음... 객관적이랍시고 '당신은 느리네요.', '당신은 꼼꼼하지 못하네요.' 하며 애매모호한 말로 질책하는 것도 금물이다.
여기까지 읽고 '그럼 어쩌라는 거지?' 생각이 든다면 꼭 피드백 관련 교육을 받고 연습해 보실 것을 권한다. 참고차 간단한 예시를 드린다.
Ex. 어느날 팀장A는 팀원B의 업무 추진 일정이 지연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할까?
1) 먼저 팀원B에게 업무 일정을 확인하고 조율한다. 질문을 던지면 된다. '업무추진 일정이 어떻게 되죠?' '조금 더 빨리 끝내기는 어려운가요?' '왜 그렇죠?' '△는 이후에 처리하고 ○업무부터 진행하는게 좋겠습니다.'
2) 특정 추진 단계에서 막혀있다면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업무 분장, 협업 요청 등을 통해 도움을 준다. '이런 예시가 있네요.' 'OO 작업툴을 활용해 보면 어때요?', '이 부분은 팀원C에게 도움을 요청해 봅시다.'
3) 작업이 완료되면 개선안을 제시한다. '업무 추진 일정을 기획 단계부터 공유해 주시고, 변경 필요시 즉시 보고해 주세요.', '업무 진행에 어려움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즉시 알려주세요.'
4) 개선을 위한 노력이 보이거나 개선이 되었다면 긍정적인 피드백을, 구체적으로 한다. '○업무 관련 장애요인을 즉각 보고받고 대처한 덕분에 업무일정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또 팀 전체 일정 관리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협업으로 팀원C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4. 평가/보상은 합리적이고 공정한가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내고도 그에 대한 피드백과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직장인에게 매우 괴로운 일이다. 리더와 동료들에게 중간 중간 좋은 피드백이라도 받으면 조금 낫겠으나, 납득하기 어렵거나 돌려먹기식 평가/보상은 직장인의 업무 몰입, 만족도, 동기를 저하시키는 절대적 요인이다.
'어떤 평가/보상이 따라야 직원들이 더욱 열심히 일하고 좋은 성과를 낼것인가?' 회사 마다 평가/보상의 방법은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일 것이다. 평가/보상의 방식은 회사가 추구하는 목적과 목표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개개인이 사업자 처럼 활동하는 회사에서는 상대적 평가/보상이, 소통과 협력이 중요한 회사에서는 직원 간, 팀 간 경쟁을 부추기는 상대평가 보다는 개인의 기여를 독립적으로 평가하는 절대적 평가/보상이 효과적일 것이다.
어쨌든 모든 회사는 관리자의 편향이 개입되지 않으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평가/보상을 위해 세밀하고도 시스테믹한 평가/보상 체계를 고안해 내야 한다. 구성원 모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협력을 독려하고,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

"업무에 몰입하는 능력치 OOO의 건강한 인재 별씨, 얼마에 데려가시겠습니까?"
"1억이요"
"2억!
"10억!"
"더 없습니까? 낙찰!"
A사에 낙찰되어 일을 시작한 별씨,
"우리 조직에서 연봉 10억은 매우 높은 편입니다. 기대가 많습니다. 알아서 밥값을 하세요."
관리자는 밥값 하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머리 위에 CCTV가 돌아가고 있었다.
'하필이면 CCTV 바로 앞이네. 신경 쓰이는군.'
'뭐 부터 할까?' 별씨는 일단 목표 설정을 하고 싶었다. '조직의 목표를 알아야지.'
"A사는 세계 최고를 추구하며 살기 좋은 세상에 기여합니다."
'너무 추상적인데... 사업 분야가 여러 가지라서 그런가? 어쨌든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거겠지.'
회사의 사업군을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오전 시간이 다 흘러갔다.
"사업군은 알겠는데, 어떻게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건지 전략을 잘 모르겠네..'
"식사 가시죠."
무겁고 차가운 사무실 분위기에 내심 동료 관계를 걱정하던 별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그래도 밥은 같이 먹는구나.'
"점심 식대는 얼마에요?"
"8천원이요"
'요즘 짜장면이 8천원인데...'
역시나, 여럿이 향한 곳은 김밥오아시스였다. 여기 아니면 중국집, 편의점일 것이 분명했다.
"점심 먹고 회의 있어요."
"회의 주제가 뭐죠?"
"질책?"
정말로 길고 긴 질책의 시간이 이어졌다.
"이번에 이 문제는 왜 이것 밖에 못했죠? 동그라미씨는 생각을 좀 확장해야 겠는데?"
"네모씨가 지난번 세모씨 보다 일이 좀 더딘데, 자꾸 비교가 되네."
"세모씨는 일을 좀 대충 하는 경향이 있어. 꼼꼼히 챙겨야지."
질책과 평가절하, 경쟁심 부추기기가 이 팀의 동기부여 전략인 듯 보였다.
'이건 감정 소모가 크네... 그리고 부정적인 피드백은 개인적으로 하는게 좋을 텐데..."
'휴우...' 복잡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자 마름모씨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회사 분위기가 별로죠?"
차 한잔 하자던 마름모씨는 상사에 대한 욕과 자기 처지에 대한 하소연을 처음 만난 아무개에게 3시간 동안 늘어 놓았다.
사실 퇴근시간이 지나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대화가 끝난 것이지,
마름모씨는 아마 몇 시간은 더 입을 털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쨌든 별씨는 A사에서 3년을 보냈다.
스스로 동기부여할 수 있는 목표와 전략을 세웠고, 불분명하던 업무 체계도 잡았고, 좋은 동료도 몇명 사귈 수 있었다.
하지만 A사에 온 3년 동안,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수 차례 바뀌었다.
모두 개인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그만둔다고 했지만 얼굴 표정이 밝은 걸 보니 회사를 떠나는 것이 홀가분한 모양이었다.
'아쉽네... 그래, 더 메리트 있는 곳으로 가는게 맞지.'
이해는 했지만, 덕분에 별씨는 새로운 동료들과 합을 맞추며 수 개월의 적응기간을 반복해서 견뎌야 했다.
평가 시즌이 돌아왔다. 별씨는 높은 연봉으로 입사했다는 이유, 다른 직원들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 혹은 이번에 개인적인 일로 사기를 북돋워야할 인원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매년 '보통'의 평가를 받아 왔다.
'그래 나만 열심히 하나? 다들 열심히 하지.' 별씨는 어쨌든 지금의 연봉에 만족했다.
'올해는 나에게 기회가 오겠지. 그동안 많은 성과를 냈잖아? 올해는 조직이 나를 인정해 주겠지.'
관리자와 면담이 시작되고 아무개는 낙심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동안 별씨가 한 일을 잘 모르겠어요. 그동안 별씨가 했다는 일은 사실 마름모씨가 한 걸로 알고 있어요."
'분명 자주 보고했는데...'
'마름모씨는 가끔 들러서 아무 말이나 떠든게 다인데, 어떻게?'
'이건 공정하지 않아.'
'나에게는 이 조직을 바꿀 권한도, 여력도 없어.'
별씨는 조직을 떠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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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씨의 일화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와 이건 우리 조직인데?" 한다면 바로 그 부분을 고쳐야 한다.
별씨의 일화에는 구성원의 업무몰입을 방해하는 다양한 요인들 중
'불명확한 목표, 열악한 근무환경, 리더십 역량이 부족한 보스, 불공정한 평가/보상' 네 가지 요인을 담아 보았다.
1. 조직의 목표가 눈에 보이듯 명확하고 구성원의 자부심을 이끌어 내는가?
2. 업무 외 다른 스트레스가 없는 근무환경을 제공하고 있는가?
3. 리더는 객관적이고 수용 가능한 피드백으로 구성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동기부여하는가?
4. 평가/보상은 합리적이고 공정한가?
(최소한) 이 네 가지 요인들에 모두 Yes라는 대답이 나와야,
조직은 '업무에 몰입하는 건강한 구성원'을 유지할 수 있고
이들을 하나의 팀으로 이끌어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를 위해 '구성원 업무 몰입을 위한 네 가지 요인'의 몇 가지 예시를 더 들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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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직의 목표가 눈에 보이듯 명확하고 구성원의 자부심을 이끌어 내는가?
"우리는 10년 안에 사람을 달에 착륙시키고, 그를 무사히 지구로 데려올 것 입니다."
1961년 5월 25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명확한 우주개발 목표를 공표한 뒤,
1969년 7월 20일 미국은 정말로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키고 달 표면에 인류의 발을 내딛는 우주개발 역사를 썼다.
케네디 대통령이 NASA를 방문했을 때 즐겁게 바닥을 닦고 있는 한 청소부에게 "청소를 정말 즐겁게 하는군요!" 하자
"저는 그냥 청소를 하는게 아닙니다. 인류를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한 일화는 유명하다.
구성원 모두가 조직의 정체성과 목표를 내재화 시키고 하나가 되어 나아가면, 조직은 그 목표를 분명히 달성할 수 있다.
정체성을 확립하고 간명하게 설명하는 것, 구성원 모두의 가슴을 뛰게 할 멋지고 원대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는 것 이것이 '조직문화 내재화'의 첫 발이다.
2. 업무 외 다른 스트레스가 없는 근무환경을 제공하고 있는가?
업무효율을 높이는 다양한 근무환경이 있지만 크게 네 가지 정도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ㅇ 공간
ㅇ 시간
ㅇ 도구 (업무에 대한 물리적 지원)
ㅇ 사람 (심리적 안전)
(1) 공간
먼저, 업무 공간이 쾌적해야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깨끗하고 널찍한 자리,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사무실... 나는 여기에 섬세하게 마련한 휴게공간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흡연구역 뿐 아니라 식곤증으로 10분만 눈을 붙이고 싶을 때도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휴게공간이 필요하다. (10분만 눈을 붙여도 머리가 맑아질 텐데!!) 모유수유를 하는 여직원의 경우, 2~3시간 마다 유축을 해줘야 하는데 화장실, 폰부스, 다인 수면실 등은 이에 적절한 휴게공간이 아니다. (유축을 못하면 몸살이 온다.)
또 많은 회사들이 "구성원 여러분,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나누고 협력하고 도전하세요!"라고 외치는데, 사실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이 자주 마주치고, 머무르고, 교류하게 되는 공간 마련이 중요하다. 스티브 잡스는 "When people run into each other, when they make eye contact, things happen!" 이라며 사람들이 자주 마주치고 인사할 수 밖에 없는 공간 설계에 힘썼다. Pixar의 Atrium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Atrium of Steve Jobs Building at Pixar,
출처: Pixar Headquarters and the Legacy of Steve Jobs | Office Snapshots
Atrium of Steve Jobs Building at Pixar
출처: https://pin.it/wVUJtsf
스티브 잡스가 'Unplanned Collaboration'을 위해 설계한 Pixar의 Atrium은 창의적 조직문화를 유지하는 핵심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식당, 화장실, 카페, 우편함은 물론 영화관, 게임시설 까지 직원들이 이용하는 모든 필수 시설들이 한 곳에 모여있다. 이 곳에서 여러 유관성 없는 부서의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교류한다.
(2) 시간
업무 시간은 최대한 자율적이어야 한다. 주어진 24시간 동안 조직의 일에도 책임을 다하고, 가정에도 책임을 다하고, 건강하고, 개인의 목표에도 몰입할 수 있는 것, 그게 앞으로 회사와 직장인이 나아가야 할 워라밸의 방향일 것이다.
누구라도 9 to 6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면 좋겠지만, 특히 가정을 이루고 아기가 탄생하면 9 to 6의 고정 근무시간은 큰 애로사항이 된다.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하면 보통 온갖 전염병, 감기를 달고 오는데, 매주 2~3번은 병원을 드나들게 되고 (입원도 자주 한다!) 그 때마다 연차, 반차, 지각/조퇴로 팀에 양해를 구하는 것은 참 민망하고 눈치 보이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최근 이직을 하게 되었는데, 매일 자유롭게 7시~10시 사이로 출근해서 8시간만 채우면 되는 자율/선택형 시차출퇴근제' 덕분에 (8시 11분에 출근하면 17시 11분에 퇴근한다!) 이러한 마음의 짐을 많이 덜게 되었다. 육아에 조부모 도움을 얻기 어려운 맞벌이 가정에는 '자율/선택형 시차출퇴근제'가 단비 같은 제도가 될 것이다.
(3) 도구 (업무에 대한 물리적 지원)
눈을 보호해 주는 모니터, 멈추지 않고 잘 돌아가는 컴퓨터, 거북목을 방지해주는 목 받침대... 이런 도구들은 물론이요, 협업 tools, 비용처리 프로세스, 결제라인 등등 업무효율에 관계되는 모든 것들이 잘 정비되어야 한다. 아, 물가 상승에 맞는 점심 식대도..
기본적인 지원 외에, 요즘은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는 각종 소프트웨어들이 많은데 이것들을 기껏 도입해 놓고는 활용은 개인의 책임으로 넘기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 것 같다. 조직은 구성원들이 이 좋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도록 어느 정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줘야 한다. 특히, 리더들이 사용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리더가 사용하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쓰지 않는다. 왜냐? 리더가 쓰는 툴도 사용하고 새로운 툴도 사용하는 건 결국 두 번 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4) 사람 (심리적 안전)
앞의 3가지 보다 조직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함께 일하는 사람'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사무공간 때문에, 업무시간 때문에, 컴퓨터나 점심식대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좋아서' 회사에 남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힘들어서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채용'을 잘 해야 한다. 인성이 모자란 사람 한명만 있어도 화기애애한 팀워크는 불가능 하다. 가스라이팅, 성과 빼앗기, 따돌림, 무임승차, 능력부족 등 직장인의 업무몰입을 저하시키는 유형은 다양하다. 그런 사람인 줄 모르고 뽑았다면? 교육과 피드백으로 나쁜 행동을 교정하거나 정중히 내보내야 한다.
3. 리더는 객관적이고 수용 가능한 피드백으로 구성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동기부여하는가?
어쨌든 사람은 누가 뭐래도 자기가 제일 유능하고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리더는 구성원에게 객관적이고 수용 가능한 피드백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음... 객관적이랍시고 '당신은 느리네요.', '당신은 꼼꼼하지 못하네요.' 하며 애매모호한 말로 질책하는 것도 금물이다.
여기까지 읽고 '그럼 어쩌라는 거지?' 생각이 든다면 꼭 피드백 관련 교육을 받고 연습해 보실 것을 권한다. 참고차 간단한 예시를 드린다.
Ex. 어느날 팀장A는 팀원B의 업무 추진 일정이 지연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할까?
1) 먼저 팀원B에게 업무 일정을 확인하고 조율한다. 질문을 던지면 된다. '업무추진 일정이 어떻게 되죠?' '조금 더 빨리 끝내기는 어려운가요?' '왜 그렇죠?' '△는 이후에 처리하고 ○업무부터 진행하는게 좋겠습니다.'
2) 특정 추진 단계에서 막혀있다면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업무 분장, 협업 요청 등을 통해 도움을 준다. '이런 예시가 있네요.' 'OO 작업툴을 활용해 보면 어때요?', '이 부분은 팀원C에게 도움을 요청해 봅시다.'
3) 작업이 완료되면 개선안을 제시한다. '업무 추진 일정을 기획 단계부터 공유해 주시고, 변경 필요시 즉시 보고해 주세요.', '업무 진행에 어려움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즉시 알려주세요.'
4) 개선을 위한 노력이 보이거나 개선이 되었다면 긍정적인 피드백을, 구체적으로 한다. '○업무 관련 장애요인을 즉각 보고받고 대처한 덕분에 업무일정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또 팀 전체 일정 관리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협업으로 팀원C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4. 평가/보상은 합리적이고 공정한가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내고도 그에 대한 피드백과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직장인에게 매우 괴로운 일이다. 리더와 동료들에게 중간 중간 좋은 피드백이라도 받으면 조금 낫겠으나, 납득하기 어렵거나 돌려먹기식 평가/보상은 직장인의 업무 몰입, 만족도, 동기를 저하시키는 절대적 요인이다.
'어떤 평가/보상이 따라야 직원들이 더욱 열심히 일하고 좋은 성과를 낼것인가?' 회사 마다 평가/보상의 방법은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일 것이다. 평가/보상의 방식은 회사가 추구하는 목적과 목표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개개인이 사업자 처럼 활동하는 회사에서는 상대적 평가/보상이, 소통과 협력이 중요한 회사에서는 직원 간, 팀 간 경쟁을 부추기는 상대평가 보다는 개인의 기여를 독립적으로 평가하는 절대적 평가/보상이 효과적일 것이다.
어쨌든 모든 회사는 관리자의 편향이 개입되지 않으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평가/보상을 위해 세밀하고도 시스테믹한 평가/보상 체계를 고안해 내야 한다. 구성원 모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협력을 독려하고,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