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9] 지적 겸손(intellectual humility)을 아시나요? (서강대학교 & GC녹십자홀딩스 송지은)

기고만장 운영자
2023-09-17
조회수 685

제가 경험한 리더 중 두 극단적인 리더가 있습니다.


두 사람 다 제게는 좋은 리더가 아니었지만, 주변의 평도 갈립니다.

A는 막 시니어가 되었을 때 직원들과 갈등이 많았습니다.


A는 실력있는 전문가였지만, 본인의 기대치에 맞지 않는 직원들에게 피드백하기보다 비난을 앞세웠고, 갈등을 빚었습니다.

결국 직원들과의 갈등 끝에 A는 퇴사 수순을 밟게 됩니다.


얼마 전, 제가 접한 A의 소식은 놀라웠습니다.

미숙했던 리더십을 뒤로하고, 현재 A는 다른 조직에서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리더의 반열에 올라 임원을 달았다고 합니다.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이었던 A가 변화하게된 요인은 무엇일까요? 


B는 잘 나가는 ´스타´ 리더입니다. 다들 그 자리에 가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B는 과거에 직원들을 격려하고 공감해서 좋은 리더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B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는 직원들도 있을 정도로, 괜찮은 리더였습니다.


그런데, B가 '스타 리더'가 된 이후 현재 B가 이끄는 조직의 내면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직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은 전혀 없고, 마이크로 매니징이 만연해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B가 주는 피드백들은 ´감을 찾아라´ 라는 추상적인 내용들 뿐이며, 감정 컨트롤이 안되면 욕설과 막말도 서슴치 않습니다.

왜 B는, 모두의 '퇴사'를 부르는 '빌런형 리더'로 바뀌게 된걸까요?

A는 리더십을 개발하며 변화한 경우이고, B는 리더십이 퇴보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리더십의 개발과 퇴보를 결정짓는 요인은 그럼 무엇일까요?


최근 많은 연구들에서는 지적 겸손 (Intellectual Humility)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적 겸손이란, 스스로 완벽하게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본인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할 경우 의견을 수정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즉, 지적으로 겸손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관점을 존중하고, 들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이 타당하다면 내 의견을 수정할줄 압니다.

그래서, 스스로의 지식을 과신하지 않고 늘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려는 개방적인 태도를 갖습니다.

사례로 돌아가 볼까요?



A는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본인이 전문가일 지언정,

리더로서는 '무언가 잘못 되고 있다'라는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A 스스로도 마음에 엄청난 상처를 입었고,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고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현재 A는 과거에 그런 모습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두가 잊어버릴 정도로 전문적 지식과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 되어 승승장구 하고 있습니다. 



B는 본인이 스스로 그 조직에서 가장 오래, 많이 일해왔기 때문에

'가장 잘 안다'는 늪에 빠졌습니다.


어느순간 B는 본인이 최고 전문가이니 다른 사람의 의견을 평가만 하고,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상대방이 타당한 내용을 가져와도 '내 손'을 거쳐야 완벽하고, '내 의견'이 완벽하니 다른 사람이 만들어온 내용들은 모두 '틀린' 결과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지지하는 직원들은 한없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직원들은 자신에 대해 도전하고 위협하는 사람이 되어 사람들이 떠나갔습니다.

B의 자기확신은 성공을 거듭할수록 더 강해졌고, 기대치를 못미치는 직원들이 한심하다는 생각에 화가 늘어났습니다.

현재 그 조직은 스타인 'B'만 남고, 다른 사람들은 '지워지는' 중입니다. 그리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서서히 침몰중입니다.



'지적 겸손'은 리더들에게 이렇듯,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당연히 성공도 해봤고, 전문가이니 리더의 자리에 올랐겠지요. 

그런데, '지적 겸손'이 없이 자신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개발'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이미 스스로가 '최고'인데 개발에 대한 노력의 의지조차 없는 것이지요.


지적 겸손이 부족한 사람들의 경우 실제로 실력을 갖춘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스스로를 과대평가 하고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짜 능력이 훌륭하다, 내가 최고다, 라는 생각은 본인의 착각이라는 것이지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미국의 페퍼다인대 엘리자베스 박사의 연구팀에서 2022년에 발간한 논문에 따르면,


지적 겸손의 점수와 함께 실제 사람들의 어휘, 산술, 추론, 공간지각 능력을 측정한 결과

지적 겸손의 점수가 낮은 사람들일수록 본인이 어휘, 산술, 추론, 공간지각 능력 검사 결과를 실제 결과보다 더 '잘' 완수했다고 믿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개발하는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듀크대에서 지적 겸손을 연구한 학자인 Leavy박사는 오히려 온건한 신념을 가질수록, 그리고 교육을 '잘' 받은 전문가일수록 지적 겸손이 더 높으며,

극단적인 종교적,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일 수록 지적 겸손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소위 말해 '정말 괜찮은' 사람들은 지적 겸손에 대해 훨씬 나은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리더로서 지적 겸손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고 스스로 믿는것에 대한 정확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현대사회처럼 경쟁적이고, 또 자기 표현이 개성으로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는 더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의견차이에서 우리가 모두 옳을수 없다는 것, 


그리고 사실은 그런 내용을 알고있지만 불안감 저 편으로 미뤄두고 반대로 자기확신을 강하게 나타내려는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흔히 말하는 자기 인식(self awareness)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Leavy 박사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지적 겸손은 더 나은 의사결정, 더 나은 (조직에서의) 관계, 더 나은 성과를 가져옵니다.

따라서, 다음번에 무언가에 대한 확신이 들면 스스로 잠시 멈추고 질문해보도록 해야합니다. 내가 혹시 틀릴수도 있을까? 라고요.'



리더인, 그리고 리더를 꿈꾸는 우리들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내가 지금 자기 확신에 차서, 지적 겸손이 부족해서 리더십을 개발하지 못하고 퇴보하는 상황이 아닌지 말이죠.

멈추고 돌아볼 때, 보이지 않던 자기자신이 다시 보일수도 있으니까요.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스스로를 돌아보는게 점점 리더로서 더 필요한 자질로 등장하게될 것 같습니다.



※ 참고자료

1. Krumrei-Mancuso EJ, Begin MR. Cultivating Intellectual Humility in Leaders: Potential Benefits, Risks, and Practical Tools. American Journal of Health Promotion. 2022;36(8):1404-1411. doi:10.1177/08901171221125326c

2. What does intellectual humility look like? (Leavy, M). Greater Good. https://greatergood.berkeley.edu/article/item/what_does_intellectual_humility_look_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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