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37] HR이겨서 뭐 합니까_HR의 안타까운 속마음 (EDGE 3기 김동현)

김동현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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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과거 회사 동료분들과 술자리를 하며 과거 회사 추억을 회상하며 이야기했다. 


① 독립투사 직원 

당시 일도 잘하고 주변 동료들에게도 인망이 좋았던 직원이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회사의 정책에 대해 순수한 선의로 반발하여 부정적 여론을 만들었다. 아쉽게도 본인 개인의 생각에 그치지 않고 세력화를 하고 공개적으로 메신저 등에서도 회사에 반발하는 메시지를 작성하였다. 당연히 아직 체계화 / 시스템화되지 않은 스타트업이었기에 그 자체에 경영진은 분노하였고 한동안 갈등을 유지하다 그 친구는 결국 자신에게 맞는 또 다른 회사를 선택하였다. 


② '연타발' 사건

해당 회사에서는 직원 몇 명 이상이 모이면 회식비를 지원주며 그 한도가 없었다. 대표의 생각은 넷플릭스처럼 직원을 어른으로 대하고 굳이 규정으로 얽매이지 않더라도 알아서 상식선에서 사용할 거라고 믿었다. 그러던 중 몇몇 직원이 소고기나 연타발 등에서 식사를 하였다. 대표는 당연히 분노하였고 나에게 '소고기집이나 연타발과 같은 곳에서는 회식하지 말아 달라'라고 상식선에서 자제해 주는 공지를 부탁하였다. 그 공지 밑의 댓글에는 그러면 비싼 돼지고깃집은 되나요? 1인당 10만 원이 과하면 8만 원요? 연타발 4명이 가서 3인분 시키면 안 되나요? 소고기 수입산은 괜찮나요? 별별 댓글들이 다 달렸다. 그러면서 이런 공지를 제대로 고민하지 않고 한 HR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결국 인당 얼마 한도의 정책이 세워졌다.


위 두 가지 사례를 보면 직원입장에서는 회사의 부당한 정책에 대해 분노하여 옳은 메시지를 전달한 케이스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둘 다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HR 나아가 회사를 이겨서 뭐 할지가 없기 때문이다. 




HR의 메시지는 행간의 의미(Between the lines)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모든 HR의 메시지가 행간의 의미가 있는 경우는 아니다. 정말 규칙/정책 그 자체를 준수하게 하기 위한 메시지도 많다. 회사 내의 재판(Judge)과 집행(Police)을 유일하게 행하는 포지션이며 성과와 조직 안정성에 대한 책임까지도 요구되는 복합적 정칙적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심지어 분노를 일으키는 갑작스러운 메시지가 나올 때가 있다. 그러면 이제 분노하기에 앞서 여유가 있다면 먼저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해 보길 바란다. 


• 과연 그 메시지는 누가 결정한 것일까?

• 직원인 나조차도 쉽게 불합리하고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 과연 저런 고민을 매일 업무로 하는 HR이 하지 못했을까?

• 그러면 왜 저 메시지를 굳이 HR에서 이 시기에 이렇게 했을까? 


물론 본인이 좀 더 조직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더 많은 고민포인트를 떠올려준다면 감사하겠지만 사실 위의 3개도 무리한 요구라는 것을 잘 안다. 왜냐하면 직원 입장에서는 굳이 할 필요 없는 고민인 것이다. 


하지만 모든 HR이 뛰어나지 않을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경력이 10년 이상 넘어간다면 이 메시지를 주었을 때 직원들이 적어도 어떤 반응이 보일지는 예상한다. 그래서 그 반응에 대해 미리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해서 진행한다. 그럼에도 이상한 메시지다? 그러면 HR도 어쩔 수 없는 회사의 의도란 것을 알아야 한다.




왜 HR은 대표의 잘못된 의사결정을 막지 못하나요? 


가끔 직원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 왜 불합리한 대표의 명령에 대해 HR에서 직언을 해서 변경하지 못하냐고.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재무/법무/전략 영역에 대해서나 다른 경영진에게는 그런 요구를 하지 않는다. 오직 HR에게만 그런 요구를 한다. 사실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HR의 역할을 대표와 직원 간의 가교역할과 직원들이 회사 내에서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글자만 본다면. 하지만 항상 써왔지만 HR 또한 회사 내 직원이자 그리고 가장 회사 경영 직무이다. 직원만을 위하기보다는 회사의 생존/성장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하며 직원을 위함이 결과적으로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모든 영역이 꼭 그러지는 않다. 그리고 성숙도가 낮은 회사일 수록 회사와 대표는 거의 동일시되기도 한다. 부정적 의미가 아닌 그냥 실제 그렇다.


결론을 말하면 HR은 막지 못한다. 


도리어 대표가 원하는 바를 그 이상의 효과를 만들어내도록 수행한다. 단, HR의 또 다른 중요 역할 중 하나는 HR 리스크 예방이다. 정말 단순하게 한다면 근로기준법 준수정도로 본다면 그 부분은 HR도 직언을 하고 때로는 막기도 한다. 그 부분은 한국 사회에서는 마지막 인권 영역에서의 보호측면으로 법에서 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는 이를 악용하는 이들도 많다). 이 부분에서는 HR도 막기도 한다.


하지만 예전에 쓴 아래 글에 쓰여있듯이 중요한 건 정무감각이다. 

같이 일하는 대표의 성향과 역린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고 딜 측면에서 내가 어떤 것을 택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줘야 한다. 정책 측면에서도 정말 HR영역에서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을 때는 그만큼 또 양보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내 경우를 본다면 8:2 정도로 내가 20% 정도를 고수하는 것 같다. 사소한 영역들은 크게 욕심부리지 않는다. 정작 그런 부분에서 HR 개인적으로 욕심낸다면 정말 회사 정책 측면에서 고수해야 할 때 못하게 된다. 

(참고 : HR에도 정무(政務)감각이 필요합니다)


한 가지 더 팁을 준다면 자주 말하는 역린 영역은 무조건 양보해야 한다.

왜냐하면 역린 이기 때문이다. 그 부분은 이유가 없다. 이 영역이 때로는 구성원들에게 부정적일 수 있고 HR 측면에서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역린 부분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것들을 희생해야 한다. 정책 측면에서의 주고받음이 아닌 결국 역린 부분은 감정의 영역과 가치관의 영역까지 가기 때문에 결국 파국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구성원들은 안타깝지만 대표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마키아밸리의 군주론을 보면 아래와 같은 글귀들이 있다.

• 군주는 어떻게 야수의 방식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에, 그는 여우와 사자를 선택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자는 함정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고, 여우는 늑대들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는 함정을 알아보기 위해 여우가 될 필요가 있고, 늑대를 겁먹게 만들기 위해 사자가 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사자에 머무는 사람들은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신의를 지키는 것이 그에게 불리할 때 그리고 약속을 맺은 이유가 소멸되었을 때 약속을 지킬 수 없으면 또 지켜서도 안된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상황과 여건에 따라 능숙한 기만자와 위장자가 되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악행을 저지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 인간이란 은혜를 모르고 변덕스러우며 위선적인 데다 기만에 능하며 위험을 피하려고 하고 이익에 눈이 어둡다. 인간은 두려움을 일으키는 자보다 사랑을 베푸는 자를 해칠 때 덜 주저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악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취할 기회가 생기면 언제나 그 감사의 상호 관계를 팽개쳐 버리기 때문이다.
• 따라서 군주는 그의 신민들을 통합되고 충성스럽게 유지하기 위해 잔인하다는 불명예를 개의치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매우 자애롭다는 평판을 얻기 위해 무질서가 지속되도록 허용해서 이런 무질서로부터 살인과 약탈이 자행되도록 한 사람들보다, 매우 적은 본보기를 가지고 더 자애로워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대표가 구성원들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말이 아니라 대표라는 역할 자체가 구성원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원래 가까운 관계였을 수도 있고 초기부터 오랫동안 같이 일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대표는 언제든 내가 알던 모습과 다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그가 나쁘기보다는 대표기 때문이다. 


3~4개 회사에서 내가 지켜본 경험을 정리한다면 아래와 같다

• 우리 대표님이 그럴 리가 없어. 이것은 뭔가 누가 잘못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HR에서 나쁜 걸 거야!

• 어? 왜 대표님이 HR에게 뭐라고 안 하지? 그리고 왜 구성원들이 불만을 가지는데 해명을 하지 않지?

• 대표님이 변했다니... 인정할 수 없어. 직원들이 더 불만을 표시하고 찾아가 직언을 한다면 다시 옛날로 돌아올 거야

• 대표님이 이런 분이었다니... 원래 이랬던 건가 아니면 변한 건가. 모르겠어 하지만 HR은 나빠!!




이 글을 쓴 의도가 구성원들이 회사/HR의 정책에 대해 무조건 불만을 갖지 말고 수용해라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면 당연히 이슈도 제기하고 불만도 표현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 이슈에 대해서 한번 고민은 해보라는 말이다. 항상 모든 것에는 카르마가 발생한다. 그러면 카르마가 발생할 거라면 적어도 그만큼 중요하고 의미 있는 안건에 대해서 힘을 쏟으면 좋겠다.


가끔 역린 성격의 정책이라 그냥 구성원들이 제발 불만 가지지 않고 그냥 받아들여주었으면 하는 경우가 있다. 정말 대표를 위해서가 아니고 직원들을 위해서 제발 불만 쓰지 마라 할 때가 있다. 왜냐하면 결국 그 불만을 제기하거나 댓글을 쓰게 되면 그 인원은 다른 구성원들에게는 영웅이 될지 몰라도 회사측면에서는 찍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미리 댓글 쓰지 말라고 경고를 하거나 혹은 쓸 경우 빨리 지우라고도 한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HR을 이기는 것은 이기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HR을 이기더라도 지금 당장의 의사결정이나 디테일은 변경되거나 지연될 수 있지만 큰 흐름은 바뀌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회사/대표의 의지기 때문이다. 정무감각까지 너무 거창하다면 그냥 당장의 이 사건보다는 큰 시야에서 상황을 바라보길 바랄 뿐이다. 그 한순간의 만족이 더 많은 것을 잃게 한다. 


HR은 사실 이기든 지든 관심이 없다. 승패보단 그저 회사가 잘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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