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정상호 피플팀 매니저 : “나보다 뛰어난 동료 찾아요”: 면접에 진심인 당근마켓의 채용 이야기

교육의봄
2024-05-23
조회수 3297

재단법인 교육의봄은 지난해 3월부터 교육의 변화를 이끌 ‘좋은 채용 기업’을 찾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출신학교에 의존하지 않는 역량 중심 채용은 입시 중심 경쟁 교육에 균열을 일으켜 우리 교육이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교육의봄이 스무 번째로 만난 기업은 당근마켓입니다. 요즘에는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 민족, 당근마켓, 토스 등 취업 준비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IT기업들을 일컫는 말)’라는 말을 기억해야 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당신 근처의 당근마켓’이라는 슬로건 아래 MAU(Monthly Active Users : 한 달 이용자) 1800만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지역 생활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곳이에요. 중고거래를 넘어 지역 커뮤니티의 활성화가 목표인 당근마켓, ‘나보다 뛰어난 동료’를 찾는 채용 문화 역시 남달랐는데요. 지난 2월 15일, 당근마켓에서 송인수 공동대표와 당근마켓 피플팀의 정상호 매니저와의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송인수 교육의봄 공동대표, 이하 ‘송’) 안녕하세요. 오늘은 여러분들에게 매우 친숙하고 유명한 IT기업인 당근마켓을 방문해서 본인을 루크라고 불러주기를 원하는 피플팀의 정상호 매니저님을 모시고 함께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왼쪽: 당근마켓 피플팀 정상호 매니저 / 오른쪽 : 교육의봄 송인수 공동대표)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상호 당근마켓 피플팀 매니저, 이하 ‘정’) 안녕하세요. 당근마켓 피플팀에서 일하고 있는 정상호라고 합니다. 사내에서는 ‘루크’라고 하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어요. 제가 2019년 8월에 입사를 했어요. 그때는 당근마켓 총 임직원이 30명 정도였는데 피플팀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제가 첫 번째 Staff 멤버였죠. 그래서 첫 Staff 구성원으로 당근에 빛이 되고자 ‘빛을 주는 자’라는 의미가 있는 ‘루크’로 이름을 선택해 회사에서 루크라고 불리고 있습니다.(웃음)


당근마켓 이전에는 대기업의 인사팀에 있었어요. 거기서 2년 7개월 정도 근무하면서 주로 근태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일들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나는 조금 더 새롭게 재미있는 일을 많이 하면서 으쌰으쌰하고 싶어, 여기 있다 보면 내가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데….’라고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다시 한번 불확실성이 있는 곳으로 나를 내던져보자. 그쪽에 있으면 내가 점점 더 강해지지 않을까?’ 하여 당근마켓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Q. 당근마켓은 어떤 회사인가요?

당근마켓은 연결을 혁신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해요. 이전에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이 한반도를 지도라고 놓고 거미줄을 거대하게 그렸다고 가정을 해볼게요. 그 거미줄 선상에 있는 사람들이 연결되는 거예요. 부산과 서울에 있는 사람들이 연결되는 거죠. 그런데 거미줄에는 격자무늬가 있잖아요? 거기에 계신 분들은 연결되지 않았었다고 생각해요. 중고 거래로 보면 택배 거래가 귀찮아서 안 했던 분들은 연결되지 않았던 거죠. 당근마켓은 전국 단위로 하나의 거대한 거미줄을 치는 게 아니라, 지역 단위로 작은 거미줄들을 만들어 연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거미줄이 작다 보니 격자무늬도 작아질 거예요. 그간 연결되지 않았던 것들이 연결되는 거죠. 


예를 들면 아파트나 기숙사 학교들이 공동구매를 해서 필요한 것들을 다 같이 싸게 살 수 있다거나 이런 것들의 가치가 굉장히 높은데 아직도 다 오프라인 상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진짜 맛집을 아는 분들은 그 지역 토박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곳은 온라인에 없어요. 지역 오프라인에 있는 많은 것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바로 당근마켓이 하는 일이에요. 그것이 저희가 이야기하는 좁은 지역의 특성에 맞춘, 하이퍼로컬이라고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Q. 앞서 말하기도 했지만, 당근마켓에서 영어 닉네임을 사용하는 사내 문화가 궁금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요새 수평적인 소통 문화를 위해 “~님" 혹은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데요. 저희는 창업 초기부터 영어 이름을 썼어요. 만약 내가 사원이고 상대가 대리면 호칭에서부터 벌써 수직적인 부분이 생겨서 편하게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표와 소통을 해야 할 때도 ’대표님’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순간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창업 멤버이자 각자 대표였던 폴과 게리는 “누구누구 <께서>라는 표현 대신 폴<이>, 개리<가>라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도 한 적이 있는데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수평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저희에겐 매우 중요한 문화이기 때문에 영어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고 있습니다. 



Q. 당근마켓의 채용 프로세스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당근마켓은 총 네 가지 단계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가 서류 단계, 두 번째가 화상 면접, 세 번째가 직무 면접 그리고 마지막이 컬처핏 면접 단계입니다. 직무 면접 단계와 화상 면접 단계 사이에 과제 전형도 있어요.


일단 서류 전형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일정한 포맷이 없어요. 자유양식이에요. 본인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력서를 준비하면, 지원자 입장에서도 자유도가 늘어나는 한편, 저희도 지원자의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학점이나 학교를 쓰는 것들은 본인 자유입니다. 학벌이라든지 전형적인 스펙들을 안 쓰면 안 쓴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본인의 전공이 하는 일과 전혀 무관하다거나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하면 뺄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 점에 있어서 유불리가 있다거나 하진 않아요.


(송) 한편으로는 자유 양식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정) 당근마켓은 업무 환경이 굉장히 자율적인 편이에요. 누군가의 지시로 업무를 수행하기보다 본인이 일을 찾아서 하죠.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일하기 때문에 자유양식 말고 그냥 규격을 달라고 하는 분이면 입사해서도 쉽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면접은 ‘서로의 FIT’을 확인하는 과정.

지원자의 솔직한 모습이 중요해요"



Q. 면접 단계가 많은 것이 독특한데요, 화상 면접 및 각 면접의 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화상 면접은 줌(zoom)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저희 직무 면접이 1시간 반에서 2시간을 하는데 지원자 한 분, 그리고 면접관은 보통 두세 분이 들어갑니다. 화상 면접은 본격적인 직무면접 이전에 직무에 대한 기초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직무면접에선 수행한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일했을 때 어떤 느낌일지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어요. 


(송) 과제 수행의 경우 직무별로 어떤 과제가 요구되나요?


(정) 면접관분들이 각 직무별로 어떤 과제가 좋을지 미리 생각하세요. PM이라든지 프로덕트 직무는 우리가 진짜로 고민하고 있는 부분들, 실제 와서 풀어야 될 문제를 직접적으로 내는 경우도 있어요. 디자이너는 디자인에 관련된 것을 내고요. 개발자는 코딩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과제는 면접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매개체로 활용하고 있어요.


직무 면접의 경우, 기본적으로 같이 일하게 될 팀 구성원이 직무 면접관으로 참여해요. 세 명 정도가 면접을 진행하는 방식이에요. 보통 1시간 반에서 2시간 가까이 면접을 보고, 과제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 후 일반적인 다른 질문들을 드리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요.


마지막 컬처핏 면접은 주로 당근마켓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분들이 면접관으로 들어가요. 초기에는 경영진이 모두 봤었는데, 지금은 면접이 너무 많아져서 컬처핏 면접관들을 따로 모시기 시작했어요. 저희는 컬처핏 면접도 1시간 반에서 2시간을 보는데, 이 시간에 많은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면접 보시는 분의 솔직한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저희도 그걸 기대하고요.


저희가 모시려고 하는 분은 ‘나보다 뛰어난 동료’예요. 면접 보러 오신 분과 우리가 정말 핏(fit)이 맞는지 확인해야 하잖아요. 핏이 안 맞으면 서로 손해죠. 그런 것들을 알아보는 자리가 면접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솔직한 모습을 확인하려고 해요.


(송) 이렇게 해서 채용을 한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신 거죠?


(정) 아주 높죠. 당근마켓 구성원들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웃음)


또 하나 자랑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요. 보통 MAU(Monthly Active Users)라고 해서 한 달 이용자 수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1천만 명이 넘어가는 서비스가 국내에 많지 않은데요. 당근마켓은 MAU 1천만 명이 넘어가는 서비스 중 직원 수가 1천 명이 안 넘는 유일한 회사로 알고 있어요. 그만큼 인재 밀도가 높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당근마켓이 강조하는 역량:

일에 대한 높은 몰입도, 빠른 학습, 지적 겸손"



Q. 1천만 명이 이용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는데 직원이 400명밖에 안된다고 해서 놀랍네요. 그런 당근마켓만의 인재상은 무엇인가요?


직무 역량도 굉장히 뛰어난데 인성도 좋은 사람이요.(웃음)


이런 분들이 있어요. 일이라고 하는 게 삶에서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분들이요. 일이 의미 있었으면 좋겠고, 여기서 성장하고 싶고, 일하는 과정에서도 즐거움을 느끼고 싶고, 집에 가서도 했던 일들이 자꾸 떠오르고, 친구들이랑 대화할 때도 다른 주제보다 유독 일과 관련된 대화 주제가 나오면 정말 즐겁고 재미있는 사람들이요. 이런 분들이 일에 몰입할 수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분들이 모였을 때 나는 시너지가 엄청나다고 보고요.


(송) 일에 대한 몰입도 이외에 요구되는 직무역량은 무엇인가요?


(정) 성장 곡선인 것 같아요. 사람들마다 학습 곡선의 기울기가 조금씩 다르거든요. 어떤 사람은 완만하게 가는 사람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가파르게 가는 사람이 있어요. 똑같이 3개월을 일한다고 했을 때, 학습 곡선이 높고 기울기가 가파른 사람은 경험하며 배운 것들을 순식간에 흡수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거죠. 저희 개발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압축 성장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저희는 그런 성장 곡선을 그릴 수 있는 분인가를 많이 봐요.


저희가 400명이 넘는 회사이긴 하지만 저희가 처한 환경은 IT 산업, 그래서 스타트업 문화를 아직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스타트업의 특성 중 하나는 3개월 뒤에 갑자기 모든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어떤 상황이든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는가가 정말 중요해요. 그렇기에 현재 무엇을 잘하는가도 중요할 수 있겠지만 대처 능력과 성장 곡선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또 하나 요구되는 역량은 지적인 겸손입니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타인이 더 잘 알고 있을 수도 있다고 하는 데서 오는 겸손이요.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을 갖추는 게 생각보다 많이 어려워요. 특히 능력이 있고 똑똑한 사람들일수록요. 이게 갖춰지지 않은 분은 아무래도 동료들과 협업을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무엇보다 팀으로 일하고, 팀플레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거든요. 



Q. 채용 프로세스를 정리해봤는데 면접 단계가 매우 촘촘하게 설계된 게 인상적이에요, 당근마켓만의 인재채용 관점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초창기부터 ‘나보다 뛰어난 동료’를 채용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 왔어요.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채용했다고 생각하면 많은 것이 바뀌어요. ‘이 사람 정말 괜찮은 사람인데, 어떻게 하면 빨리 회사에 적응하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이 사람 정말 괜찮은 사람이에요”라고 주변에도 얘기하려고 할 거예요. 


시작점부터 다른 태도로 대할 수 있어요. 우리가 강조하는 여러 가지 자율, 수평, 충돌 등의 문화가 제대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이 전제조건이 잘 갖추어져야 해요. 그래서 나보다 뛰어난 동료를 지속적으로 채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믿고 있어요. 이 과정이 느리고 힘들 수 있겠지만 좋은 동료들이 모였을 때 나는 시너지는 우리만의 자산이 될 거라고 믿어요.


 

Q. 매니저님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당근마켓에 합류하셨잖아요. 이와 관련해서 부모님께서는 초중고시절 어떤 가르침을 주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가정교육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는 특별하고 싶다. 평범해지는 게 두렵다’라는 생각을 저는 항상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게 어디서 왔을까 생각해 보면 결국 어린 시절이더라고요. 부모님은 항상 ‘너는 최고야. 너는 남들이 10시간 하는 거 1시간 만에 할 수 있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뭘 못해도요. 초등학교 때 성적이 좋지 않아도 “아니 이렇게 많이 정답을 맞혔냐”라며, 틀린 것보단 맞은 것들에 초점을 맞추셨어요. 


픽사에서 나온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영화를 보면 핵심 기억들이 있고 그 핵심 기억들을 따라 정체성이 형성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와요. 그 핵심 기억을 잃어버리는 순간 정체성도 바뀌는 거고요. 나의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핵심 기억들이 학교 교육이나 친구들 관계에서 형성이 되는 것도 있겠지만 가정에서 형성되는 게 정말 많다고 생각해요. 그 핵심 기억이 올바른 방향으로, 건강한 방향으로 자라날 수 있고, 지켜갈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나 다운, 나만의 개성을 살리는 방식이라고 저는 믿고 있어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잘 살려,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하세요"



Q.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기업의 인사채용 담당자로서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첫째, 본인이 성장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면 좋겠어요. 기업에서는 경력, 연차보다 실제 실력이 있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앞으로의 세상은 실력이 훨씬 중요한 시대가 될 거라고 저는 예상하고 있어요. 그래서 본인의 실력을 잘 성장시킬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둘째, 하고 싶은 일에 가중치를 두었으면 해요. 좋은 진로의 방향은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이 3가지의 함숫값이 가장 높은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런데 많은 경우 주로 해야 하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어서 진로를 선택하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건 취미로 놔두고요. 하지만 하고 싶은 것들을 할 때, 훨씬 더 우리는 몰입할 수 있고 재밌게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해야 하는 것들 말고, 과연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여기에 대한 가중치를 높여나가는 게 실력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전략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작성일 : 2023.3.31

교육의봄 정책연구팀 이지민

출처 : 교육의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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